얼마 전에는 공상에 빠지는 조용한 아이를 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왔다.ADHD 진단 기준에 들어맞았다.
고민스러웠다.
이 아이에게 약물치료를 해야 할까?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2년 동안 지낼 때는
아이가 정말 행복해하고 잘 지냈단다.
아이들이 많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고,
드러눕거나 엎드려서 수업할 수도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사가 아이 보고 ADHD라면서
이러다 영영 부적응아가 되거나 학습장애가 된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단다.
병원에 오면 이런 아이는 ADHD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신병리학적 메커니즘이 그렇다.
병원 시스템은 당연히 환자를 빨리 보고 약물치료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약물치료를 받으면 좋아질까?
나도 잘 모르겠다.
무엇이 아이를 위한 길일까?
다시 뉴질랜드로 보내야 할까, 아니면 대안학교에 보내야 할까?
약물치료를 해서 학습진도를 따라가게 해서
현대 사회의 매트릭스에 맞는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이가 편하고 더 여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길일까?
나의 이런 고민을 솔직하게 아이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민들레>도 소개해주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도 권해주었다.
MBTI 검사도 알려주었다.
MBTI에서는 공상에 빠지는 아이를 조용한 ADHD라 하지 않고,
‘직관이 강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고 설명하며
상상력을 현실과 연결시킬 방안을 찾아주라고 권한다.
아이 엄마는 정말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학을 보낼 수도 없고 대안학교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란다.
어떻게 해서든 공교육 환경에 적응시켜야 한다며….
설령 그게 약물치료라 해도.
- 민들레 84호, ADHD, 과연 병일까 中
혹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구조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한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사람을 침대에 눕힌 후
침대보다 길면 잘라버리고,
짧으면 늘려서 죽여버리던 그 강도 말이다.
말도 안되는 비약이라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학교를 떠올려보라.
해당 학년 별로 원하는 기준이 있다.
그에 못 미친다면 부진아로 낙인이 찍히고,
그보다 너무 높아버리면 수업에 방해가 되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누구나 ‘보통’의 학생으로,
또는 남에게 인정되어질 정도의 모습으로 남기 위해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처절한 노력을 하는 현실이
지금 우리 공교육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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