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책·연수·강의

김대호 작가와의 만남

아상블라주 2014. 6. 4. 16:53

공휴일인 선거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일터로 나가 한적해진 도로를 달렸다.


목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월선리예술인촌.

얼마 전까지 도시가 주는 답답함에 목이 막혀 있던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작가님이 알려주신 장소에 가까워져 혹여나 놓칠 세라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개 한 마리가 크게 짖었다.

여기인가보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연한 연두색 가운데 파란 빛을 발하는 수국이 있었다.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니 '다율재'라 적힌 한옥 아래

튼실한 토종닭과 귀여운 강아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차분하게 정원을 둘러보는데

멀리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멈춰선 차에서 내린

김대호 작가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의 얼굴과 손에서 당당함과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는 마치 일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를 별채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커피를 갈고, 차를 우러내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대화가 끊기자 내 이야기라도 이어가려 했더니

천천히 하는 걸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나 역시 편안해졌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천천히 밤 늦도록 대화를 나눴다.


주로 그가 말을 했고, 나는 듣는 입장이었다.

마을 공동체부터 세상의 흐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찾아갈 때에는

이미 답을 안은 채로 인정과 격려의 말을 듣으려고 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기에 자신은 다른 이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나에게는 자신과 닮은 점이 많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하나, 그냥 두어라.

둘, 상처는 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셋, 계속 교사를 하라.


덧붙여 인도의 바라나시에 한 달 정도 묵어보는 것을 권했다.

내가 그곳에 가면 기운에 눌려 앓아누울 테지만 그래야 한다고.


갑작스레 내린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늦은 시간까지

하루종일 뛰어논 아이들을 사모님이 데리고 올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끊임이 없었다.

사모님께서 혼자 사는 이가 시간이 늦어 끼니 챙기기도 힘들 거라며

차려주신 밥상에 주린 배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어서 참 고마웠다.

좋은 이야기, 아름다운 풍경, 따스한 삶을 느끼고

내 삶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하나씩 더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김대호 작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