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유럽에서 살다

<13일차>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아상블라주 2015. 6. 28. 04:15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나보다.

잠깐 산책하고 온다고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이다.

각 집마다 어느 정도의 정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세심한 손길이 곳곳에서 보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했다.

어제 Timo, Beyza와 함께 걸었던 길을 다시 걸었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바람에 살랑이는 보리밭 사이로 청량한 소리를 내며 시냇물이 흐르고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과 붉은 벽돌의 조화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독일은 인구 수가 우리의 1.5배 정도지만 국토의 면적은 4배나 넓다.

덕분에 농지도 넓고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많다.

삶터가 비좁지 않고 여유롭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의 가치에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의 소와는 생김새가 참 많이 달랐다.

이 종은 육우로 쓰이는데 다른 용도(애완용? 탈 것? 정확히 모르겠다)로 쓰이기도 해서 무척 비싸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Timo의 아버지와 짝, 나 이렇게 네 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독일은 아침에 특별하게 차리는 것이 없다.

보관해둔 빵에 각종 양념과 소세지, 초콜렛, 우유 등을 바르고 더해 먹는 것이 전부다.

우리 나라가 식사 준비에 참 공을 들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특이한 점은 달걀 하나가 들어가는 작은 그릇에 삶은 달걀을 세워 숟가락을 이용하여 퍼먹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Beyza의 집으로 갔다.

그녀의 부모님과 친구 한 분이 우리를 반겼다.

Beyza의 부모님은 터키인인데 25년 전에 독일로 이민왔다고 했다.

두 분 다 장난끼가 많고 항상 웃는 편이시다.

특히 어머님은 여전히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다.

친구분은 네덜란드 분이셨는데 독일인 남편 때문에 이 곳에 산다고 했다.

독일의 날씨나 자연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머지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Timo의 무릎 위에 Beyza가 앉았다.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기도 했다.

우와. 부모님 앞에서 이럴 수도 있구나.

친구 분이 사온 핫팬츠를 Beyza가 입어보더니 이상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다른 가족들이 괜찮다며 추켜세웠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참 따스했다.


차를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다가 바다로 갈 준비를 마쳤다.

모든 것이 느긋하다.



해안가 근처의 특이한 지붕을 가진 집.

지붕이 풀로 덮여 있어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다고 한다.



해변을 둘러싸고 캠핑카와 자동차, 자전거가 즐비했다.

독일인에게 이런 햇살이 가득한 주말은 축복받은 날이다.



해안에 길게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한 쪽엔 누드비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라의 남녀를 몇 보았는데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Beyza가 모자를 푹 눌러쓰더라.

바닷물은 약간 찼지만 햇살이 따사로워 괜찮았다.

아이들과 개들은 신이 나서 뛰어 논다.

그러고보니 여름에 바닷물에 발 담그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밀물이 강할 때를 대비해서 높은 곳에 건물을 지었다.



다정한 모습의 두 짝.

앞서 걸어가는 이들의 행복한 삶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 흐뭇했다.



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세상에 대한 큰 걱정이 보잘 것 없이 느껴졌다.

이렇게 평화롭게 가족들과 지내는 삶이 좋아 보인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중간에 Tomi의 친구 Gerrit과 Jan을 만났다.

Gerrit는 체육교사를 준비 중이고, Jan은 Tomi처럼 자동차 수리를 한다고 한다.

Jan이 말해주길 세금이 많긴 하지만 생활하기에 보수가 충분하다고 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모두가 함께 해변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햇살을 기분 좋을 정도로 몸을 감쌌고 가끔 흘러가는 바람은 청량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나도 스스로 만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훨훨 거닐어볼까.



저녁 식사로 간단히 케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비디오 게임을 했다.

FPS 형식의 게임이었는데 배경이 한국이다.

아마 설정이 북한이 우리를 공격했을 때 지원군으로 급파된 상황인가 보다.

타국에서 우리 나라에 대해 아는 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처럼 우리와 북한의 관계이다.

얼른 통일이 되어 이런 배경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