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유럽에서 살다

<10일차> 어디에나 명암은 존재한다

아상블라주 2015. 6. 25. 23:00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다.

오후에는 또 비가 오나 보다.

점심에 Ole와 함께 요리하기로 해서 시내로 가지는 못하는데.

내일 날씨가 좋다니 그때 제대로 구경해야겠다.

오전 8:36  Map


여행을 시작한 뒤로 처음 근력운동을 했다.

맨몸으로 가능한 팔굽혀 펴기와 스쿼트, 그리고 Ole의 아령과 실내용 철봉을 이용하여 운동을 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오전 9:58  Map




점심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Ole와 함께 먼저 아시안마켓에 들렸다.

한국에서 건너온 라면과 고추장, 만두 등이 눈에 띄었다.

그에 대해 설명하는데 Ole가 매운 라면(신라면) 하나를 집었다.

무척이나 걱정되었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부디 괜찮길 바란다.

다음으로는 대형마트에 들렀다.

매번 느끼지만 식료품이 참 싸다.

Ole가 들고간 가방 가득 쇼핑을 했음에도 9유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독일은 생활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오히려 한국보다도.

대중교통과 외식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월 10여만원이면 무제한으로 시내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집에서 요리를 한다면 훨씬 싸게 먹을 수 있으니 큰 걱정이 없다.



드디어 비빔밥 만들기에 도전!

고추장과 캐쳡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각종 채소를 다듬고 볶았다.

고기 대신 참치로, 마지막 장식은 계란 후라이로 끝!

Ole가 자주 냄비 뚜껑을 여닫아서

밥이 잘 될까 걱정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마구 비벼서 입에 넣는데 그 맛이란.

정말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요리였다.


혹시나 독일에서 밥을 해드실 분을 위한 팁 하나를 드리자면

굳이 비싼 쌀을 쓸 필요가 없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Milchreis를 사면 된다.

4인분에 50센트밖에 안 한다.



독일 지하철역은 그리 청결하지는 않다.

Ole가 투덜거릴만 하다. 

그의 불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독일은 자신의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막상 자국의 에스컬레이터 등은 매번 고장난다는 것이었다.

오후 5:29  Map



퇴근 시간은 어디나 힘든가보다.

한 신호등에 이렇게 많은 차가 대기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오후 5:45  Map



어마어마한 양의 목재를 실은 기차가 역을 통과한다.

이만하면 끝나겠지 생각했는데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양이다.

독일에서 벌목한 걸까?

오후 5:53  Map


오후에는 Niklas와 약속이 있었다.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서 내 숙소를 잡아준 고마운 친구다.

그에게 독일의 부정적인 면모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지붕을 고치거나 만드는 일을 하는데 며칠 전 팔을 다쳤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또한 교육 수준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정당도 희망이 없어서 라고 했다.

심지어 녹색당 조차도 초심을 잃고 기성 정당에 동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기에 정확한 민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세대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추세고 특히 20대는 더하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며 희망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취미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앞으로 정책이나 사회학에 대한 책도 읽고 싶다고 했다.

취미를 그리 말할 수 있는 젊은이가 우리 나라엔 얼마나 있을까.

생존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취미를 위한 공부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Hamburg에만 있다는 fritz콜라.

다 마시고 나서 처음으로 유료화장실에 갔다.

예전의 나라면 돈을 내야한다는 사실에 불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Ole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Ole가 맥도날드 화장실은 무료라고 하자 내가 하이델베르크에 있던 곳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Ole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의 말로는 화장실 청소 직원에 대한 처우가 매우 좋지 않다고 한다.

아마 그 이유로 화장실 앞에서 따로 팁처럼 받은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여기도 차별이 존재한다.

Niklas도 직장에서 교육수준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고 했다.

얼마 전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쳤음에도 회사에서 보상해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그 사회의 명암을 모두 살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오후 8:35  Map




Ole가 퇴근하기 전까지 함부르크 시내를 둘러봤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랑한다.

바다와 강 바로 옆에 건물이 있다.

물은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다.

붉은 벽돌과 독일 특유의 철제 다리가 어우러진다.

이처럼 세상도 조화로워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