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하며 Ole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학교 생활이 싫었다고 했다.
수업에 관심이 있든 없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든 아니든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교사마다 수업의 질이 확연히 달랐는데 선생같지 않은 교사가 더 많았다고 했다.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내 학창시절 같았다.
오히려 일찍부터 성적별로 나뉘는 제도가 차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여 좋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제도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되겠다.
자세히 알고 여러 면에서 따져봐야지.
오전 10:27 Map
미룬 여행기를 몇 편 정리했다.
이제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오후 1:39 Map
오후 두 시인데 학교에 아이들이 없다.
독일은 한 시면 모든 수업이 끝난다.
한국 학생들의 지친 얼굴이 떠오른다.
오후 2:13 Map
오랜 시간 편하게 묵게 해준 Ole에게 고마워서 점심을 대접했다.
빵과 토핑 등 모든 것을 고를 수 있는 고급 햄버거 가게다.
가격은 비싸지만 맛은 추천할 만하다.
맛있게 먹는 Ole를 보며 내가 더 기뻤다.
Ole가 특별한 곳을 구경시켜준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절대 모르는 곳이라며 나를 데려간 곳은 한 오래된 거리였다.
재개발이 되기 직전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거리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독일에는 건물 안에 사람이 살면 허물지 못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 거리 특유의 혼을 남기고, 살리고자 예술가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우리 나라였다면 진작에 용역업체가 와서 쓸어가지 않았을까.
오후 4:22 Map
시내 공원 한 가운데에 정말 엄청난 크기의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만 있는게 아니라 부모와 보호자들도 함께 있다.
모두 표정이 밝다.
이렇게 놀 거리가 가득하다니.
아니, 이렇게 놀 시간이 잔뜩 있다니.
독일인의 삶이 팍팍하다고 해도 절대 우리만큼은 아니다.
오후 4:44 Map
같은 공원에 있던 장미정원.
이외에도 짙푸른 나무와 알록달록한 꽃이 공원에 가득했다.
그리고 평화롭게 길을 거니는 사람들.
오늘은 금요일, 평일이다.
부럽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 먹어보는 라면이다.
하아. 역시. 인스턴트 음식이라 잘 먹지는 않지만 그립고 익숙한 맛이다.
타국에서 먹으니 더욱 각별하다.
독일의 창문은 흔히 위부터 열린다.
자주 비가 내리기 때문에 그랗지 않을까 추정한다.
인간은 상황에 맞게 도구를 잘 변형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환경을 파괴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기술을 만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후 8:55 Map
Ole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한국 영화도 여러 편 알고 있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영화에 대해 설명하며 해맑게 웃는다.
여전히 순수한 아이같다.
우리도 여유가 늘어난다면
이런 웃음을 짓는 시간도 늘어나겠지?
오후 11:54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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