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행복한 삶

20140219 함께 약속하다

아상블라주 2014. 2. 20. 16:22

마지막 생일파티.


늘 그렇듯이 2월 주인공인 J와 Y이에게

함께 과자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자유롭게 과자도 먹고 놀기도 하면서

너무나 익숙하게 나는 아이들 한 명씩 입에 과자를 넣어주고,

아이들은 나를 먹여줬다.


모든 아이들에게 과자를 먹여주며 장난도 치고 그러는데

단 한 명, Y이는 오늘도 과자를 받아먹지 않았다.

자기는 절대 남이 주는 것을 입으로 받지 않겠다며

몇 달 째 완강히 버틴 아이다.

오늘도 몇 번 시도했다가 그냥 웃으며 포기했다.


그랬던 Y이가, 한참 뒤 과자를 하나 들고 오더니

"이번이 마지막 생일이니까 먹을게요." 라고 했다.

기쁜 마음에 과자를 입에 넣어주고 꼭 껴안아줬다.


이렇게 함께 웃으며 과자를 먹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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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하고 싶은 활동을 아이들과 의논할 때

가장 큰 반응이 나왔던 타임캡슐.


땅에 묻기는 번거롭고 해서 상자를 가져와

그 안에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편지를 넣기로 했다.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데 한 명이 갑자기 물었다.

"받을 때 우리가 몇 살이에요?"

그러고 보니 언제 타임캡슐을 열 지 정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학생이 되기 직전에 보자고 했다.

그래서 결정된 날,

2021년 2월 19일.


아이들은 그 날을 상상하며 키득거리고 난리였다.

"그때는 우리도 술을 마시겠지."

"선생님은 그 때 30대 후반!"

"아, 까먹으면 어떡하지?"


날짜가 정해지니 제법 진지하게 편지를 쓴다.

7년 뒤 자기가 보고 부끄럽지 않도록 하라고 했더니

정말 열심이었다.


7년 뒤라.

다들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그래도 우리는 여전할 테지.


P.S. 저녁이 되자마자 메시지로 밴드 초대장이 도착했다.

벌써 자기들끼리 추억을 되새김질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으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