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악습 아닌 악습이 있다.
학습도우미(반장, 회장과 비슷한 역할)이 된 학부모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침에 교통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습도우미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2학기 초, 위와 같은 이유로 아이들이 주저하자
'괜찮아! 하고 싶은 사람은 하렴. 너희들이 하면 되지.' 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민하던 아이들도 편한 마음으로 지원하였다.
오늘은 우리반 교통봉사일.
지난 주부터 날씨를 확인했는데 많이 추울 예정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금요일에도, 어제도 아이들에게 주의를 줬다.
7시 50분에 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날씨가 여간 추운게 아니라서 아이들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웬걸.
한 명은 나보다 일찍 나와 기다리고
나머지 다섯도 시간 맞춰 약속장소로 왔다.
구시렁대면서도 웃으며 깃발을 받고 맡은 위치로 가는 모습이 듬직해보였다.
아이들이 간 후 나는 문방구로 가서 핫팩을 샀다.
문방구 아주머니께서 교통봉사 어머님들 드리는 거냐고 물어보셨다.
'어머님이 아니라 아이들인데' 라고 생각하며 웃음으로만 대답하였다.
돌아다니며 아이들 한 명씩 핫팩을 쥐어주며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세 명은 장갑이 없었고, 한 녀석은 봄에나 입을 옷차림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먼저 들어가라고 했더니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봉사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돌아다니며 학습도우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시간이 참 소중하다.
아이들의 몸이 얼어갈 때쯤 다행히 들어갈 시간이 됐다.
힘들었을텐데 함께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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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에는 남은 2주간의 시간표를 아이들과 함께 짜보았다.
함께할 날은 10일 정도 남았지만,
막상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았다.
아이들도, 나도 참 아쉬웠다.
생각보다 빨리 회의가 끝나서
남은 시간에 일 년간의 사진을 감상했다.
4교시 역시 시간이 남아 우리를 담은 동영상을 보았다.
이건 사진보다도 더 민망하다.
그러면서도 신이 난다.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도 추억에 잠기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하며 웃으며 화면을 넘겼다.
이제 얼마나 더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참 아쉽다.
P.S. 그럼에도 애국주회 때 아이들이 잘 참여하지 않아서 잔소리를 했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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