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 (화) 시험이 끝나다
시험. 학생들을 괴롭히는 존재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그에 못지 않게 학부모와 교사를 괴롭히기도 한다. 아니,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늘 우리반 아이들은 시험을 봤다. 마치고 나니 점수를 걱정하면서도 홀가분해 보였다. 집에 갈 준비를 마친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점수가 걱정이 되겠지만 어쨌든 시험이 끝났다."
그러자 몇몇 애들이 와~ 한다.
"그리고 혹시 그거 아니?"
"뭔데요?"
"5학년 마지막 시험이 끝난 거야!"
그 말에 모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진정되자 나는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데 이제 너희들은 선생님이 싫어질지도 몰라."
"왜요?"
"항상 말하지만 시험은 뭐라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보는거요."
"그래. 그래서 시험은 시험이고 선생님은 너희들이랑 헤어질 때까지 계속 공부할 거야."
"말도 안돼. 으악."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내가 일 년간 어떤 수업을 했는지를 알겠다. 미안한 마음을 추스리며 굳게 말했다.
"희망적인 말 하나 들려줄까?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겪어 보지 못한 방식의 수업을 할거야. 정말 재미있게 할게."
"진짜요? 알았어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인사가 끝나고 민호가 안기면서 1학기 때 방식(교육연극 연계)으로 역사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잠시 뒤에는 유나가 와서 2학기 때 토론을 자주 한다고 해서 계속 기다렸는데 하지 않아서 서운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아이들의 조언(?)과 걱정이 계속됐다.
그래, 선생님이 정말 잘못했다. 그래도 남은 시간 함께 행복하게 보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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