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는 이불에서 늑장 부린 적이 몇 번 없는데
오늘 아침은 새학기라 그런지 이불에서만 수십 분째 뒹굴뒹굴 거렸다.
그러다 후다닥 준비를 하고 8시 즈음 학교에 도착했다.
우리 교실이 있는 3층에 들어서니 설레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인성이와 호성이가
"선생님!"
하면서 달려오더니 와락 나에게 안겼다.
그래, 또다른 시작이구나.
교실에 들어서서 아이들과 밝게 인사를 나누고
한 명 한 명씩 눈을 마주쳤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것이 반가운 아이도 있었고
학교 오기 싫어 귀찮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다 못해
부시시한 머리로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9시.
오랫동안 여러분이 듣지 못한 말이라 이야기를 꺼내며,
'누리보듬!'
이라고 반 이름을 불렀더니
아이들 대부분이 얼굴 가득 반가움을 띤 채 네! 라고 대답했다.
내가 방학 중에 있었던 일을 말한 것을 시작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발표를 하다보니 개학식 시간이 되었다.
개학식이 끝나고 미처 다하지 못한 방학 이야기를 더 나눴다.
한 달여만에 하는 발표라 아이들이 듣는 태도나 말하는 태도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발표를 멈추게 하고 그런 태도가 발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곧장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차차 좋아질 것이다.
발표가 끝난 후 점심시간까지
청소구역, 1인 1역할을 정했고
새롭게 자리를 바꾸기도 했다.
방학 기간 고민한 대로 ㄷ자 형태로 책상 배치를 바꿔보았는데
처음엔 아이들도 오오~ 하며 좋아하다가
막상 바꾸고 나니 불편한 점도 나오고 익숙치 않다며 반대하는 아이가 제법 있어서 다시 원래대로 하였다.
그리고 내가 왜 새로운 형태로 바꾸려했는지 이야기 하였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서로 바라보며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원래대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꼭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점심을 먹고 5교시에는 방학과 관련하여 빈 칸 채우기를 했다.
교직원 회의 때 남자 아이들의 것은 다 읽었는데 여자 아이들 것은 다 읽지 못하였다.
내일 마저 읽어야겠다.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개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었다.
다음 개학 때 목표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해야겠다.
빈 칸 채우기가 끝나고
초성퀴즈와 이구동성을 했다.
아이들은 정말 오랜만에 하는 것임에도
마치 어제 했던 것처럼 익숙하게 그러면서 즐겁게 참여했다.
종례가 끝난 후
몇몇 애들은 1학기 때 늘 그랬던 것처럼 교실에 앉아 함께 놀이를 했다.
긴 방학이 지났음에도
아이들도 나도 우리 교실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던 하루였다.
그러나 내가 방학 동안 성장한 것처럼
아이들도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 1교시에 작년 제자인 형욱이와 민우가 옆 반으로 전학을 왔다.
축구부 한다고 전학갔던 아이들인데 생각보다 힘들고 자기가 생각한 방식으로 하지 않았나보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여러 번 껴안고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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