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어제부터 전학가는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작별을 해야하나 고민이 됐다.
아침에 그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반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아이들은 일교시 끝나면 가야하는데...
아침엔 독서활동이 있는데...
때마침 교장선생님이 지나가시길래 여쭤보았더니
내 판단대로 하라고 하셨다.
에라, 모르겠다.
다른 반 모두 조용히 독서를 할 때,
우리반은 신나게 축구를 하였다.
(덕분에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칭찬도, 꾸중도 들었다.)
그리고 1교시가 시작한 후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몇몇 속 없는 아이들이
전학갈 아이들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꾸 웃고 장난쳤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계속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러다가 이선희씨가 부른 석별의 정을 들으며
내가 짧게 이야기하고 롤링페이퍼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것을 작성하는 동안
나는 전학갈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같이 눈물 흘리며 위로해줬다.
그때부터 한 명, 두 명 우리의 곁으로 아이들이 오더니
같이 눈물을 흘리며 전학갈 아이들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금방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다.
시작된 울음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을 배웅해주러 우리반(4층)에서 주차장까지
내내 반 아이들 전부가 울면서 함께 걸었다.
그 광경이 참 신기하게 보였던 듯
다른 학년 아이들이 놀리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고 내심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두 아이가 가고 나서도
아이들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울기도 하였고
일찍 감정을 추스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면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는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어루만지며
감정이 더 분출될 수 있도록 위로의 말을 건냈다.
그런데 전학간 아이랑 가장 친한 아이가 울지 않고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처음엔 '원래 무심한 건 알았지만... 참.'
이런 마음이 들었다가 문득 그 아이가 감정을 분출해내는 방법을 모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그 아이가 책을 덮고 멍하니 있었고
나는 다가가서 "이럴 땐 울어도 괜찮아. 슬플 땐 그게 당연한거야." 라고 말하며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그랬더니 조용히 있던 그 아이의 눈에서 주루룩하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 명과의 이별은
나를 비롯한 아이들을 많이 변화시켰다.
지금 이 마음,
차근차근 잘 곱씹어 마음 한 구석에 잘 간직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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