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작은 설렌다.
문화다방은 처음으로 내가 혼자 찾아간 강연이었고
이번에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었고
새로운 처음을 위한 리필(Re-feel)을 해주는 곳이었다.
10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과 작은 무대.
흰 벽을 비추는 프로젝터의 빛.
그리고 사람 소리.
이것이 무대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다.
혼자 조용히 가운데(!)에 앉았고 시작을 기다렸다.
잠시 후 진행자인 권영진씨가 시작을 알렸다.
사람마다 리필(Re-feel)하는 방법은 이렇게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문화다방이 그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진행자의 말.
한 번 믿고 따라가볼까?
첫 번째 순서는 컬쳐카드.
컬쳐카드가 뭐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내 앞에 그림이 나타났다.
그림체를 보니 뭔가를 풍자하기 위함인 거 같긴 한데...
진행자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라블레의 작품 -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 들어간 삽화로
위대(偉大)한 영웅을 풍자한 모습인
위대(胃大 : 위가 큰)한 영웅의 모습이란다.
우리는 흔히 위대함이라고 하면 우리와 동떨어진 비범함을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생각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위대한 영웅이라는 허황된 이상을 쫓기보다
지금 여기 현실의 삶이 더 중요하다
- 프랑수와 라블레 -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위대한 영웅들은
우리와 다른 어떤 작은 차이가 있을까?
어떤 작은 실천들을 했을까?
위의 그림과 말이 들어있는 스티커를 우리가 쓰는 일반카드에 붙여
평소에도 이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다.
작은 배려.
이어서 진행자가 다음 순서로
쉽게 접하기 어렵지만 유익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한다고 했다.
마임.
나 역시도 마임 공연을 본 적이 없었다.
뒤이어 마임이스트 박진신 씨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고
무대 한쪽 구석에서 박진신 씨가 수줍게 걸어나왔다.
박진신.
정말 공연하러 다니는 사람 맞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수줍음을 많이 탔다.
얼굴을 가리며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이요,
관객이 박수를 치면 부끄럽다고 그만하라는 정도였다.
공연을 위해 윗옷을 벗으면서도
조명이 없는 구석으로 도망쳐 창피한 표정으로 벗고,
'볼품없는 몸이라서 미안해요'를 연발하던 그.
얼레?
공연을 위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된다.
표정과 몸짓 하나까지도.
그래. 이런 표정이었다.
그는 온몸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사람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나?
그는 실로 아름다웠다.
근육의 움직임 하나까지도.
그의 몸을 통해 새싹이 피어나고
나비와 새가 날아왔으며
낙엽이 지고 눈이 내렸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인생의 무거움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예전의 수줍음 많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진행자가 말을 하는 동안 구석에서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는
관중들의 박수에 쫓기며 무대를 나갔다.
참 신기한 사람이다.
사실 이 작품은 약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내용인데
이번 무대를 위해 약 5분 정도로 압축했다고 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긴 공연으로 다시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강연이 이어졌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으로 유명한 반크(VANK)의 단장, 박기태 씨.
2부에서 그의 험난했던 여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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