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일상의 변화

각자의 자리에서

아상블라주 2016. 1. 5. 16:24




떠날 때가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주에 머문 2주 동안 내내 날씨가 맑아 쉬지 않고 부모님 일손을 도와드릴 수 있었다.

덕분에 감귤 수확을 모두 마칠 수 있어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뿐했다.

찾아갔을 때 노랗던 과수원이 푸른 입사귀를 흔들며 나를 배웅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낸 적이 얼마만일까.

아마도 열살 이후로는 그런 적이 한 손에 꼽힐 테다.

특별한 기회였지만 별다른 추억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저 함께 일하고, 웃고, 다투고, 먹고, 장난쳤을 뿐.

그래도 나중에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겠지.


이제 다시 내 삶터다.

오랜만에 몇 시간씩 앉아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유 속을 헤엄치는 것이 반갑고 즐겁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지만 부모님은 부모님의 자리에서, 나는 나의 자리에서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그날이 너무 늦지는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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