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에 대한 예찬이 넘치는 사회에 살다보니
일등이라는 말이 편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그 말을 쓰고 싶다.
예비군 훈련을 일등으로 마쳤다.
그렇다. 자랑하고 싶어 이글을 쓰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훈련에 참여해본 사람은
내가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이다.
이상하게도 입자 마자 몸에 있는 기운을 흡수해버리는 군복,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시간이
마치 이 날만큼은 신께서 나를 아끼셔서 늘려주시지 않았나 하는 착각,
분명 같은 일을 경험했는데 또 하고 있는 것 같은 기시감.
이 모든 것에서 일찍 해방된 것이다.
파란 빛 하늘이 눈물나게 아름답고
단지 문 밖으로 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공기가 다르다.
뜨겁고 습한 날씨마저 엄마품처럼 포근하다.
두 시간 일찍 나왔을 뿐인데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혜택을 받은 마냥 기뻐한다.
행복은 이렇게도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