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만 있다 보니 연휴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맞는 일정 없는 휴일이 마냥 좋을 뿐이다.
온종일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눈 뜨자마자 배낭을 메고 학교 산책로를 걸었다.
여행 대비 체력 단련이라는 이유다.
찬 공기를 뚫고 흙을 밟았다.
나무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에 절로 신명이 났다.
오르락 내리락 걷다 보니 온몸이 따뜻해졌다.
산책을 마친 후 지금까지 계속 책을 읽었다.
학기 중에는 강의 때문에 늘 읽는 분야(철학, 사회학, 경제학)만 읽게 된다.
대학원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펼친 심리 치유 관련 서적이라 그런지 술술 읽혔다.
어려운 용어가 없다는 게 이리 편할 줄이야.
쓰인 말은 어렵지 않았지만 깊이가 있었다.
마음에 울림이 있는 문장을 만나면 눈을 감고 내면을 살폈다.
그때마다 온기가 가슴에서부터 몸 전체로 퍼졌다.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책을 읽다가 나른해지면 복도를 걷고,
때가 되면 식당으로 가 배를 채웠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니 어느덧 창이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제 일어나 집으로 가야겠다.
이틀이나 더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내일은 뭐하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