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민주적인 교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때

아상블라주 2015. 3. 30. 16:10

지난 해에 같이 지냈던 제자 하나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때'를 주제로 일기를 쓰는 것이 숙제였나봐요.

글쓰기 신이 내렸는지 무척 길게 적어 보냈더군요.


(오타는 그대로 두고 띄어쓰기만 수정했어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고, 벚꽃이 송이송이 피어나고 산이 있을 때이다 

나무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꼇다 

그리고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있을 때이다

하늘은 파랗게 있을 때가 뭔가 상쾌하고 구름위로 올락가고 싶을 때도 있다 

개나리가 있을 땐 만져보고 싶고 벚꽃나무가 있을 때는 올라가보고 싶다

산은 높으니까 올라가보고 싶다 

높은 곳이 좋다.'


'그리고 바다가 에메랄드빛 나는 곳이면 이쁠 것 같다

그리고 저녁하늘을 보며 달과 별을 보고 싶다 

동물들이 많이사는곳에 가보고 싶다

우주도 가보고 싶다 정말 자연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 같다'


무척 예쁘죠?

아이들만 쓸 수 있는 매력적인 글이지요.

그런데 요 녀석이 편지 구석구석 감정을 가득 담아서 썼더라고요.


'이런 걸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은 누리보듬 5기이다'


'지금 선생님은 (중략) 우리 학교에 없지만 너무 보고 싶다'


'학교에선 울면 않됀다는 내 생각을 깬 선생님이다'


'우리가 어리다고 해도 사람이고 인간인데 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해야할 일도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5학년 때우리가 행복했고 세상이 아름다워보였다'


'쌤 보고 싶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이 문장들을 읽을 때는 울컥하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이렇게 기억해주는 모습이.


붉어진 눈가를 식히며 지난 삶을 돌이켜봅니다.


헛되지는 않았구나.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아이들의 웃음이 보고 싶습니다.

더욱 많은 아이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