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민주적인 교실

나는 오늘 권리를 뺏겼다

아상블라주 2014. 10. 7. 23:25

우리반에 규칙이 생겼다.

아이들이 주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나도 아이들도 상처를 받았다.


수업을 마치기 전에 '나는 오늘 권리를 뺏겼다'라는 첫문장에 이어 자유롭게 글을 쓰도록 했다.

하교 전 나누던 인사말 대신 앞의 글 중 몇 편을 읽었다.






네 번째 글의 끝부분부터 내 목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소리에 아이들의 어깨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교실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글만 읽고 작별인사를 나누려고 했는데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입을 떼었다.


"선생님이 첫 번째 글을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이 친구가 오늘 나는 권리를 뺏겼다 다음에 쓴 말이 

'나는 오늘 권리를 뺏긴게 아니라 내가 우리반 몇몇 친구들의 권리를 빼앗았다' 예요.

맞아요. 사실 여러분들은 권리를 뺏긴게 아니에요.

지금껏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 친구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게 된 거예요.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얼른 권리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평소처럼 사랑한다는 인사가 끝나자

작은 심장들이 다가와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꼭 껴안았다.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