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민주적인 교실

다시 아이들 곁으로

아상블라주 2014. 9. 22. 23:00

이른 새벽에 일어나

차분히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부푼 가슴을 안로 학교로 들어서니

내 차를 알아본 작년 제자들이 주차장까지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이 따스한 포옹이 얼마만인지.


익숙한 계단과 복도가 조금은 낯설었다.

그것도 잠시 멀리서 아이들이 내가 오는 것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야, 너희 반 선생님 오셨어."

"진짜, 진짜?"

S가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반가움과 그리움이 섞인 얼굴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뭉클해서 꼭 껴안았다.

아이가 전해 주는 온기는 무척이나 따스했다.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평소 안기지 않으려 하던 아이도 오늘만큼은 환하게 웃으며 내 품으로 들어왔다.

H는 웃는 얼굴로 안기더니 보고 싶었다며 울먹거렸다.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여러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그간의 업무나 안내사항을 인수인계 받느라 

아침 내내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안부를 묻는 선생님들과 다른 반 아이들 모두 고마웠다.


그동안 매일 국수사과영 이라는 시간표를 소화하느라 고생한 아이들을 위해

첫 시간은 강당으로 가서 뛰어놀기로 했다.

아이들이 결정한 종목은 피구였다.


승부보다는 협동에 중심을 두자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누구 하나 다투거나 신경질내지 않고 모두가 즐겁게 경기에 참여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피구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 다시 원래의 우리반으로 돌아가기 위한 몇 가지 작업을 했다.

칠판을 향해 줄 선 책상을 'ㄷ'자 대형으로 바꾸고

선생님이 없는 동안 반에서 잘된 점,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 나눴다.

잘된 점으로는 수업에 잘 참여했다는 것이 14표로 가장 많았고

아쉬운 점으로는 휴대폰 사용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이 12표가 나왔다.

잘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부족한 점은 다시 바꿔나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내가 없는 동안 단 한 번의 싸움만 있었을 뿐, 서로 잘 지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부족해 보이기만 했던 내 교육이 틀리지 않았구나.'

어느새 아이들은 무척이나 성장해 있었다.




이어서 그간 자세히 안내하지 못한 각종 대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학예회 때 무엇을 할 지 토의를 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춤과 연극이 남았다.


춤을 하자는 아이들과 연극을 하자는 아이들로 나눠 계획을 짜도록 하였다.

처음에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스스로 발언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임시 회장을 정해 그의 진행에 따라 토의를 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마음 깊숙히 자리 잡았음이 느껴졌다.



각 분과별 발표와 질의응답이 끝나고

전체 토의 결과 '춤'으로 결정 되었다.

연극을 선택했던 아이들이 큰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이 아이들이 정말 내가 아는 아이들이 맞나?

내가 자리를 비운 제법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무척이나 달라져 있었다.


학예회 말고도 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당장 내일부터 각종 행사가 줄지어 있고 아이들이 예전 수업 방식을 한지 무척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정할 수 있었고 끝날 무렵에는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오히려 더욱 수준이 높아진 상태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끝나기 전 급하게 적은 아이들의 두 줄 쓰기에는

나를 환영하는 글들이 가득했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내내 행복했다.

여기가 내가 있을 자리구나.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교실.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