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소리가 들려야 할 교실의 아침.
오늘은 유별나게 조용했다.
사실은 아이들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귀가 잘 듣지 못하는 탓이다.
돌발성 난청.
이명과 함께 청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한쪽 귀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그 소중한 아이들의 소란스러움도 흐리게 들렸다.
학교 측의 배려로 오전 수업만 하고
당분간 입원을 하기로 했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다.
우리가 지금껏 지냈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기가 불가능할텐데.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내가 없는 동안 아마 다른 선생님께서 오셔서 교과서대로 수업을 하시겠지.
2학기가 되고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한 것은 수학 밖에 없는데.
행여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급한 마음에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식 수업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방식이라 나도, 아이들도 참 낯설었다.
아이들이 사회 교과서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몇 명씩 불러내어 따로 부탁을 했다.
친구들과 더불어 잘 지내는 아이,
규칙과 질서를 소중히 생각하는 아이,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 등으로 나누어
내가 없는 동안 자신들의 강점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행복한 교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함께 모여
선생님이 없을 때 잘 되는 점과 부족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부족한 점은 이전에 따로 부탁한 것을 바탕으로
서로 도울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선생님이 없는 동안 각자가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노력을 다하자고.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없더라도 우리반이 최고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한 명씩 포옹하며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게 더욱 슬플 듯 해서 그렇지 않았다.
따스하게 껴안는 것은 돌아오고 나서 해도 늦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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