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학교갈 채비를 마쳤다.
새벽 한 시 정도에야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다니.
예전이면 한 시간 정도를 이불 속에서 뒹굴며 늦장을 부렸을 텐데
이렇게 부지런을 떠는 내 모습이 무척 신기하다.
정말로 하고 싶은 방향으로 교육을 하니 몸에 기운이 넘치나 보다.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하루의 일정과 간단한 주의사항에 대해 안내했다.
이어서 첫 시간에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 가능한 장소에 대해 알아보았다.
교실, 도서관, 과학실, 유치원 앞 공터, 음악실, 주차장, 운동장, 급식소 뒤 공터, 협의실, 방과후 교실 등
열 군데의 장소를 돌아다니며 이 곳에서는 어떤 수업이 가능한지,
이용을 할 때 주의해야할 점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아이들은 교사의 동행 없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이곳을 활용할 예정이다.
학교 전체를 한 바퀴 돌았더니 나도 아이들도 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수업은 오늘의 핵심이기에 마냥 쉴 수 만은 없었다.
아이들이 편히 쉬는 동안 다음 수업의 흐름을 머릿 속에서 그려보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너희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니?"
그렇다는 아이가 둘, 아니라는 친구가 하나, 나머지는 보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OECD의 통계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 청소년이 그 중에 제일 행복지수가 낮다고 이야기했다.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성적이 있어."
그리고 IQ와 성적의 관계, IQ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대해 설명했다.
"IQ가 높으면 정말 머리가 좋은 것일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 후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짧은 영상을 하나 보았다.
(http://www.youtube.com/watch?v=-KGpjiMXdDE)
"여기에도 나와있지만 지능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 시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적 지능이지.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좋은 성적을 받기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척 어렵지.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똑똑하지 않은건가?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뛰어난 상태로 태어난다.
다만 세상이 그 사람을 성장할 수 없도록 억눌러 그 가능성을 꽃 피우지 못하는 것이지."
각 지능에 대한 재미있는 예시와 함께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른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성적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니.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하려는 거야.
너희들이 가진 가능성을 꽃 피울 수 있도록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만들고 참여해보자."
수업을 마치는데 몇 명의 아이들이 다중지능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래서 일정을 변경하여 간단한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강점을 지녔는지 알기 위해 문항 하나하나 집중하며 검사에 임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검사 결과가 똑같다며 기뻐하는 아이도 있었고,
예상 외의 결과에 당황해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신은 강점이 없을 거라며 침울해하던 J는
검사 결과와 주변 친구들의 격려에 어느새 밝게 웃고 있었다.
그래.
우린 모두 소중한 존재이고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다.
오후에는 휴대폰 사용에 대하여 회의를 하였다.
아이들이 건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럽게 회의를 연 이유는
당장 목요일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학급살이를 진행하게 될텐데
우리반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나 선생님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분들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휴대폰 사용일 것이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실 밖에서 휴대폰을 사용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때 생길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휴대폰 사용에 관한 규칙을 더욱 자세히 정해야 했다.
2학기 들어 처음하는 회의고,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되었음에도
아이들은 예전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잘 마무리 지었다.
그래도 힘들긴 했나보다.
학교를 마치며 작성한 하루닫기에는 귀여운 투정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방식이 기대되어 참았다는 기특한 반응도 많았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야할 회의와 훈련이 많다.
그렇다고 힘든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 위험한 법.
내일은 즐거운 장치를 군데군데 넣어 재밌게 진행해야겠다.
아이들이 방학 과제 - 습관 만들기의 결과를 함께 확인하며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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