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후덥지근한데 바람이 너무 강해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불쾌지수는 끝을 모르고 높아만 갔다.
정말 오랜만에 내준 숙제를 검사해보니
반 정도만 해왔다.
그마저 제대로 한 아이는 몇 되지 않았다.
방송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S가 울고 있었다.
J가 마시던 우유를 자신의 우유와 섞어서라고 했다.
J를 불러 사정을 물어보니
S에게 때리지 말라고 해도 계속 때렸다고 했다.
몇 선생님들의 노력 끝에 오늘부터 방송으로 애국조회를 하게 되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대부분이 방송을 듣지 않고 엉망이었다고 했다.
이 혼란을 정리해보려고
분필 끼우개를 집었는데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
작년 동학년 선생님들끼리 기념으로 장만한 것인데.
망가진 분필 끼우개를 아이들에게 보여줬더니
아이들은 그 모양이 우스꽝스러웠는지
하하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교실 구석으로 분필 끼우개를 던졌다.
무더웠던 교실은 순식간에 차가운 곳으로 변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나의 모습에 경직됐다.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내 소중한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본질은 아이들이 책임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이었다.
최근 들어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책임
- 청소, 약속 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여러분들에게는 권리와 책임이 있어요.
권리를 마음껏 누리는 것은 여러분들의 자유죠.
하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자유인가요?
책임을 지킨 사람은 뭔가요?
왜 그 사람이 피해를 받아야 하나요?"
나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글로 쓰도록 했다.
아이들이 영어실로 간 후
아이들의 글을 하나씩 살폈다.
대부분이 이제는 강제적으로 책임을 지키게 하자는 의견이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M의 글이 나를 정신차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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