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민주적인 교실

남을 비판하기는 쉽다

아상블라주 2014. 6. 20. 21:50

학교 행사로 인해

다른 반과 합동 체육을 하게 되었다.


체육 시간에 앞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 체육시간에는 0반과 한다.

너희들도 알지만 우리와 0반은 체육 실력이 많이 차이나.

그러니 오늘은 결과에 목 매지 말고

너희들끼리 협동하는데 힘을 쏟아보렴."

"팀워크를 다지란 말이죠?"


아이들의 대답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선생님, 우리가 다 이겼어요!"

"서로 응원해주고 분위기 좋았어요."

결과야 그렇다치고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활기차서 기분이 좋았다.

내 말을 기억하나 보다.


시간을 내어 느낌을 물어봤더니

협동이 잘 안된 것 같다는 아이는 두세 명 뿐이었다.

아무렴 속상했던 일은 있었겠지.


우리 반 남자 아이가 15명인데

6명씩 두 번 달리기를 해서 3명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J와 K가 욕심을 내어 두 번 뛰어서

모두 5명이 한 차례도 뛰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J와 K는 욕심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전보다 협동이 잘 되는 것 같다며

칭찬했고, 아이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오후에는 회의를 했는데

진행이 수월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J가 갑자기

회장단을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여러 차례 손을 들었는데 발언권을 주지 않자

토라진 마음에 그런 것 같았다.


그때부터 회의의 방향이 

회장단을 바꾸느냐 바꾸지 않느냐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회장단 중 한 명인 Y가 발언을 마친 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회의시간이 끝나고

나는 재난대피훈련을 마친 후 다시 회의를 하겠다고 했다.

이번 진행자는 가장 강하게 회장단을 바꾸자고 했던

J와 I가 맡으라고 했다.

J는 당당하게 잘할 자신 있다는 듯 크게 대답했다.


행사 후, 약속대로 J는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I는 못하겠다고 해서 S가 도와주기로 했다.


이전과 똑같은 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안건을 정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S는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 반면,

J는 재밌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 생각을 표현하도록 했다.

"전 회장단과 지금 회장단 중에 누가 나았나요?"

두세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 회장단에 손을 들었다.

"J야, 너는 재밌었지만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구나."


두 번의 회의를 통해 느낀점을 발표하게 했더니

I가 손을 들었다.

"제가 회의를 진행했어도 잘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회장단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려주었다.

"남을 비판하기는 참 쉬어요.

하지만 자신이 행하기는 무척 어렵지요.

분명 지금 회장단은 부족한 점이 있어요.

하지만 비판만 하기보다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비판.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면서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 역시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내 삶을 돌이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