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토록 기대하던 목공 시간.
내 부족함으로 인해 추운 데서 3시간이나 벌벌 떨며 진행했다.
처음엔 유치원 앞 놀이터,
나중에는 스쿨밴드 연습실.
그래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뚝딱뚝딱 망치질을 했다.
서로 도와가며 목표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HM이는 선생님과 함께할 날이 더 있다면
다른 물건도 만들어 볼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대단한 작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뻐하며 집에 가져가는 모습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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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는데 앞에 앉은 JS가 교실에서 따로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여간해서는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아이인데.
교실로 돌아가 JS를 불렀더니 방과 후에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 앞에서는 말하기 힘든 내용인가 보다.
아이들을 보내고, JS를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JS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학기 때 제가 왕따를 당했잖아요.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요.'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지난 12월에 여자 아이들이 모두 모여 펑펑 울고 난 뒤에
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짐작하지도 못했다.
JS는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 HY이가 저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데 가끔 괴물이라고 할 때면...'
아아.
장난끼가 많은 HY이가 최근에 JS에게 장난을 자주 쳤는데
가끔씩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JS가 웃으며 잘 받아주는 것 같아 주시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HY이에겐 장난일 뿐인 말이 때리는 행동보다
JS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을 줄이야.
JS에게 속마음을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토닥이며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도록 했다.
JS는 자신이 왕따 당한 이유를 알고 싶고,
HY이가 자신에게 괴물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S의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음 편히 있다가
내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자고 했다.
JS가 간 뒤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HY이의 행동을 수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JS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응어리를 풀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
우선 처음 JS를 헐뜯기 시작한
YN를 만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협의실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다행히 YN와 HY이 모두 방과 후 수업을 받는 중이라 했다.
조용히 YN를 부르고 조심스럽게 JS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JS의 예전 일'이라고 하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JS의 상황을 전달한 뒤 YN에게 어떤 마음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YN는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느새 YN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YN가 지난 날을 얼마나 자책하는지 아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어찌 하랴.
JS의 상처도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을.
방과 후 학교가 끝난 뒤 YN가 도와달라며 부탁했다.
갑자기 울면서 "선생님은 왜 우리에게 이렇게 잘해주세요?" 하며 물었다.
어떤 의도인지 몰라 되물었더니
자신들이 잘못했는데 혼내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잘못을 한단다.
그걸 통해 배워 다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혼내는 것 자체는 도움이 되지 않아.
너희들은 아직 어리니까 고쳐나갈 수 있어."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가슴 깊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를 덮어 새 살이 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내일, 아이들의 상처에 새 살이 돋아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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