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만의 정기회의. 며칠째 교실에서 군것질을 하지 못한 ㅁㅁ가 손을 들고 안건을 냈다.
"다시 교실에서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동의를 표현했다. 그래서 나는 금방 통과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웬걸.
1교시부터 시작한 회의는 쉬는 시간을 지나 틈틈이 시간을 내서 했음에도 4교시까지 하게 되었다. 찬성이 다수였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 반대 의견의 주는 냄새나는 것을 먹으면 주변에 피해가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냄새가 나는 것은 먹지 않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주로 쓰레기통 청소를 담당했던 아이들이었다.
찬성 측에서는 군것질을 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적고 쓰레기가 나오면 그 친구들이 청소하는 것을 제안했음에도 반대 측은 요지부동이다. 그 때가 1교시가 끝나고 5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우선 다음 시간이 영어시간이라 회의를 중단시키고 이동하게끔 했다. 그런데 @@의 표정이 좋지 않아 다가가 물었다. @@는 친구들이 자신이 반대 의견을 낸다고 째려보는 것이 정말 싫었다고 얘기했다. 또, 예전에 다른 반 친구를 데려오면 칠판에 적기로 한 규칙에 따라 다른 친구에게 칠판에 이름을 적으라고 했더니 '어쩌라고' 식의 대답을 들어서 방금 나온 의견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3교시, 체육 선생님과의 소통 부족으로 시간이 변경된 것을 10분이 지나고야 알게됐다. 그래서 1교시에 이어 회의를 계속 진행하였다. 우선 @@의 이야기를 익명으로 전해주며 회의를 열었다. 그러자 반대의 입장이 좀 더 강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수적으로도 비슷하게 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서로의 입장과 감정을 이야기해주는데 OO이가 옆의 $$이에게 여러 번 귓속말을 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해도 자꾸 시선이 갔다. 결국 아이들 앞에서 OO이를 지적했다.
"선생님도 사람이다. 앞에서 선생님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건 당연해."
그 말에 OO이는
"몰라서 질문한건데요?"
라며 대답했다. 아니, 대꾸했다.
몇 번 이야기가 오가고 OO이는 뾰루퉁해져 입을 다문다.
10여분의 갈등 상황이 지나고 결국 내일 하루만 시험 삼아 마음대로 군것질을 하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 나는 우리반에서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1. 여자들 사이 - 뒷담화(관계적 공격)
2. 욕, 소리치기
3. 공격적인 말
다행히 많은 아이들이 내용에 공감하며 칠판에 적은 것을 클래스팅에 올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게 있었다. 바로 OO이었다.
다른 아이들 먼저 밥 먹으러 보내고 OO이는 남아달라고 했다. OO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그 옆에 가서 앉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 OO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OO이는 나와 2년째 한 교실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나를 가장 따랐었고, 항상 웃으며 안기는 아이었다.
여전히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장난을 많이 치지만 한 달쯤 전부터 가끔씩 나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 친구에게 험담하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그렇지 않으려 노력해도 자꾸 내 신경을 자극했다. 그게 이번에 터져버린 것이었다.
변해버린 관계에 대해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그 마음을 안은 채 OO이에게 말을 걸었다.
"OO아, 많이 억울하고 속상하지? 미안하다."
그 말에 OO이의 어깨가 떨린다. 그 모습에 나는 울컥했다.
"...... 4학년 때 OO이가 친구 때문에 힘든 것도 몰라줬지. 정말 미안해. OO이는 항상 당당하고 밝은 아이였는데. ......"
OO이의 얼굴 아래로 눈물이 자꾸 떨어졌다. OO이에게 얼굴 씻고 싶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씻고 온 OO이의 얼굴이 빨갰다. 한 번 꼭 안아주고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급식실로 함께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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