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를 표현하다

거인이라는 꿈

아상블라주 2015. 11. 1. 23:00

수백 명의 사람들, 그 가운데 여기저기 보이는 반가운 얼굴들.

함께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고, 서로 공감하며 눈물 짓다가 한바탕 웃기도 했다.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부딪치며 시덥잖은 이야기부터 진지한 주제까지 가리지 않고 나누고, 좁은 방에 비집고 들어가 잠을 청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겪는 반가운 소란이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나 냉철한 관념의 세계로 들어온지 벌써 반 년이 훌쩍 넘었다.

겨우 현실에 발을 붙인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허공에 붕 뜨게 된 것이다.

공중을 떠다니면 멀리,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땅에 발을 붙여 사는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그렇다고 현실이란 바닥이 전부인 양 살아간다면 그 역시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땅에 발을 붙인 채 살아가지만,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거인이 되고 싶다.

지친 사람이 기대어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고, 더 멀리 보고 싶은 사람을 어깨에 태워줄 수 있는 그런 거인이 되고 싶다.

이것이 얼마나 큰 욕심인지를 알면서도, 마냥 그러고 싶다.


*그림은 <미생>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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