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유럽에서 살다

<18일차> 사랑스러운 아이들

아상블라주 2015. 7. 3. 17:03

햇살이 잠을 깨웠지만 이내 돌아누워 다시 잤다.

Nicolai가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일어섰다.


가볍게 요구르트와 씨리얼로 끼니를 떼웠다.

식사 중에 그가 덴마크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2년 전 정권이 바뀐 후로 '스쿨리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를 강하게 압박하여 원래 주당 적으면 15시간 수업을 했던 것이 무려 1.5배 정도 늘어났다고 했다.

그 결과 많은 교사가 스트레스로 병에 걸리고 학교를 떠나는 상황이다.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간제 교사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 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오전 10:26  Map


그가 자신의 사진 작품을 보여줬다.

모델이나 일반인들을 찍은 작품을 온라인에 올려 판매한다고 했다.

그 중 몇 장은 인기가 있어 자주 팔린다고.

보정 전후의 모습과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처음 접하는 세계에 관심이 갔다.


그의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그에겐 두 아이가 있지만 아내와 이혼하여 따로 지낸다고 했다.

이혼률이 높은 덴마크라 별 일은 아니지만, 그는 아내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듯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럽다며 웃었다.


무뚝뚝하지만 심성 고운 아들과 애교가 가득한 딸을 만났다.

아들의 치료로 인해 치과에 가장 먼저 들렸다.

덴마크는 의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다.

주치의 제도가 있고 어떤 병에 걸리든 무료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치과는 예외지만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무료다.

치과 건물은 무척 청결했으며 아이들을 위한 그림 도구나 장난감을 구비해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전 11:31  Map


마켓에 들러 간단한 먹거리를 사고 Nicolai의 정원에 갔다.

풀내음이 가득한 식탁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음식을 먹었다.

아이들은 식물과 곤충을 가지고 놀았다.


비빔밥을 만들 재료를 사기 위해 아시안 마켓에 들렀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식재료만 있었다.

다른 아시안 마켓에 들렀지만 고추장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얼마 안 남았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것을 쓸 수 밖에.

오후 1:59  Map


아이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놀았다.

영어 방송인데 자막이 딸려 있다.

이렇게 꾸준히 영어를 접하는 환경이다보니 덴마크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할 수밖에 없다.

아들이 11살 정도였지만 나와 실력이 비슷해보였다.


딸이랑 노는 궁합이 잘 맞았다.

서로 낄낄대며 장난치는데 나에게 안기기도 하고 뽀뽀도 한다.

이런 애교에 Nicolai가 녹을 수밖에 없겠다.


Nicolai가 일하러 간 동안 혼자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버섯을 썰어보게도 하며 즐거웠다.

하지만 다른 채소를 썰기에는 칼이 너무 무뎌 그 외에는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채 써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요리를 마치고 집 밖에 식탁으로 음식을 옮겼다.

Mustafa도 초대하여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Nicolai와 Mustafa는 매운 고추장을 정말 잘 먹었다.

반대로 아이들은 케쳡을 많이 섞어도 입에 맞지 않아 보였다.


어른들의 대화에 애들은 지루했는지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어른들은 배를 두드리며 차를 즐겼다.



Nicolai와 Mustafa에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다들 꺼리는 눈치였지만 이내 자세를 취했다.

평소에 잘 웃는 Mustafa가 사진기 앞에서는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기념 삼아 한 장 찰칵!


Mustafa가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Nicolai가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집에서 장비를 챙겨왔다.

전문가 실력과 장비가 곁들여졌음에도 얼굴이 마술처럼 바뀌지는 않았다.

하하하핫.


해가 저물 무렵, Nicolai의 친구가 샴페인을 들고 찾아왔다.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들 TV만 보고 앉았다.

결국 샴페인의 뚜껑도 열지 못한 채 밤 늦도록 TV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