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낯선 곳이었다.
Max의 집이다.
여행중이구나.
어둠이 짙은 걸 보니 4시쯤인 것 같았다.
전날 피로를 풀어야 해서 다시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당장 정해진 일정도 없고 숙소도 예약하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와이파이가 되는 상황도 흔치 않으니
누운 채로 폭풍 인터넷 검색을 했다.
오전 6:05 Map
얼른 Frankfurt 시내의 호스텔을 예약했다.
안심한 채 유럽 여행 카페를 둘러봤더니
그동안 철도파업에 대한 보상으로 DB Bahn에서 엄청난 할인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지난 상반기 동안 독일에서 장기간의 철도파업이 있었다.)
덕분에 베를린행 기차표를 단돈 19유로에 구입했다!
나중에 Max에게 자랑했더니
평소에는 200유로 정도 하는 가격이란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오전 6:23 Map
아침을 먹으며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학창시절, 학교가 재밌었나?
물론.
Max와 나눈 대화 중 이 말이 가장 나의 부러움을 자극했다.
당당히 학교 다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
Max는 친구들과 일주일간 스페인 관광을 떠난다고 했다.
아쉽지만 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고마운 첫 Host.
답례로 선물도 줬지만 그럼에도 내 고마움을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중앙역에 도착하니 8시가 채 되지 않았다.
Information Center는 8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안에 직원은 보이는데 손님이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여행 내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문을 열어줬을텐데 생각이 다른가보다.
어느 것이 좋다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강요된 친절을 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부터도.
개점 시간이 되자마자 얼른 들어가 무료 지도와 관광 리플렛을 챙겼다.
그러던 중 Frankfurt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에서 이틀 동안 모든 대중교통을 마음껏 탈 수 있고 박물관 등 여러 군데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하루 자유 전철탑승권를 사둔 상태.
고민하는 나를 보던 직원이 도와주겠다며 다른 상품을 추천했다.
박물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었다.
심지어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이틀에 10유로면 됐다.
이런 행운의 연속이라니!
발걸음이 가벼웠다.
Frankfurt의 중앙역
고풍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체크인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길을 나섰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번화가 안에도 나무와 풀을 찾기가 쉽다.
자동으로 물을 뿌려주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
오전 9:39 Map
술집의 위엄이랄까.
평범한 가게들이 있는 건물도 멋있다.
오전 9:43 Map
처음으로 음식을 샀다.
씨리얼만 먹어 무척 배가 고팠다.
독일 특유의 빵 안에 간단한 야채와 슬라이스 햄이 들어 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앉아 여유 있게 먹노라니 맑은 하늘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가장 먼저 심카드 구입을 위해 방문한 Saturn의 T.
독일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통신사인 것 같다.
오전 9:57 Map
어제와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심카드를 구입했다.
생각보다 비싸다.
심카드 10유로, 데이터 15유로. 합이 25유로다.
500mb 밖에 못쓰니 아껴야겠다.
오전 10:25 Map
하하하. 묻지도 않고 혼자 전철 타기 성공! 이라 생각했는데
역에서 나왔더니 내가 가려고 했던 장소가 아니었다.
시청사에 가려고 했는데 지명을 모르니 원.
구글맵이 좋다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휴대폰의 데이터 사용이 안되는 것이었다.
맙소사.
분명히 확인하고 나왔건만!
오전 10:51 Map
이 역, 저 역을 돌아다녀도 어제 봤던 시청광장을 찾을 수 없었다.
꼭 시청이 아니더라도 다른 데부터 둘러보자 하고 간 곳이 괴테의 생가와 괴테 박물관이었다.
독일어 투성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박물관의 미술품을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
멀리서도 기운이 느껴졌다.
명작을 보며 졸도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지금은 그 이유가 짐작이 간다.
괴테의 생가를 나서 마인강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니 어제 봤던 곳이었다.
이 곳을 Romer광장이라 부르나보다.
시청만 찾았으니 발견할 턱이 있나.
긴장이 풀리니 배가 무척 고팠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길을 잃었다가 겨우 찾았다.
그런데 길을 잃었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특정한 목적지를 찾아가는 중이라면 어울리겠지만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내가 있는 이 곳이 가려는 길이다.
오후 12:22 Map
어느 나라 아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뛰어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더니
찍지 말라고 한다.
민망하기도 하면서도 의견을 마음껏 표현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예쁘게 나온 사진이었지만 바로 삭제했다.
오후 12:30 Map
Romer광장은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예전 모습으로 복구 중이라 했다.
그 주변엔 이전의 건물 모습과 부서진 과정이 나와있었다.
세계대전 전후, 독일의 상황은 비참했다.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주문했다.
돼지 허벅을 구운건데
족발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겉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기대했지만 느끼한 편이다.
긴장하며 돌아다녀서 순식간에 해치울 줄 알았는데 결국 남겼다.
내가 먹는 양이 적은 편이기도 하지만, 독일 음식의 양이 많은 탓도 있다.
다시 심카드를 구입한 가게로 갔다.
사정을 설명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휴대폰에서 등록을 안해서 그렇단다.
한 번의 클릭으로 상황 종료.
아, 부끄럽다.
그런데 왜 처음에는 됐던 것일까.
오후 1:55 Map
가게를 나와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Frankfut 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로 유명한 대학이다.
이제는 길 찾는 게 익숙하다.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근처 역을 찾고 전철로 이동하면 끝!
이리 쉬운 걸 왜 오전에는 그리 헤맸을까.
대학생들 틈에 끼어 대학 안으로 들어갔다.
교정을 둘러보다 들판에 앉고 누운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 나도 옆에 앉았다.
홀로 앉아서 책을 읽는 여학생이 있었다.
집중이 잘 안되나 보다.
다가가 몇 번 말을 주고 받았지만 이내 대화가 끊겼다.
딱히 별 말을 나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대생이랑 대화를 나눈 것에 만족한다.
하하하하.
오후 2:38 Map
대학 안에 유치원이 있다.
교직원을 위한 것인지 학생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럽다.
오후 2:42 Map
학사의 모습도 무척 훌륭하다.
기품이 느껴진다.
오후 2:43 Map
정말 부러운 건, 들판에서 앉아 토론하고 책을 읽는 학생들이었다.
평화로운 가운데도 치열한 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오후 2:44 Map
자전거가 대학 가득하다.
이러니 차가 많지 않은 거겠지.
새벽 일찍 일어나서 긴장하며 다녔더니 너무 피곤했다.
숙소로 발을 옮겼다.
가는 길에 대형 서점이 보여 들어가 봤다.
크게 독일어 책과 영어 책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국 책이 비싸다고 하던데 여기 가격이 좀 더 높다.
숙소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시아 마켓이 보였다.
한 바퀴 둘러보다 한국라면을 발견했다.
괜히 반갑다.
오후 3:15 Map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찾고 빨래를 했다.
시간이 넘쳐 어제 글을 정리했다.
마치고 방에 들어가니 미국 커플이 있었다.
남자는 군인, 여자는 독일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여자가 신발을 사야한다고 해서 함께 마켓에 갔다.
의류를 주로 파는 대형 쇼핑몰인데
1유로부터 20유로 정도까지 저렴하게 팔고 있다.
옷감이 나쁜 것도 아닌데, 정말 싸다.
오후 6:47 Map
숙소로 들어오며 우리나라의 천원마트 같은 Penny 마켓에 들렀다.
가게 입구에 분리수거 기계가 있었다.
캔이나 페트병을 넣은 만큼 돈이 나온다.
자신이 썼던 물건을 넣기도 했지만 부랑자가 쓰레기를 모아 오기도 했다.
오후 7:09 Map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통째로 통제하고 달리기 대회를 하고 있었다.
어림 잡아 수천 명이 참가할 정도로 큰 규모이다.
제일 앞의 금발이 동행한 여자분이다.
오후 7:43 Map
숙소에 도착할 때쯤 너무 피곤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숙소에서 주는 저녁을 먹는데 한국인이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말이 술술 나온다.
영어를 쓰기가 피곤했던 걸까.
식사를 마치자마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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