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생님께서 내 대학원 생활에 관한 글을 보고
자신의 진로 고민과 함께
어떻게 대학원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셨어요.
그에 대한 저의 답장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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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진심이 가득한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쪽지 하나만 보고 선생님의 상황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제가 이해하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답해드리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교사로서의 삶에 만족하시고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뭔가 더 나은 삶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역력한 모습을 보이네요.
저는 그런 질문을 품고 사는 사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 역시 그렇거든요.
제가 대학원을 오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는 것이 선생님께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제도권 교육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교원대 파견은 교수의 갑질을 견뎌내야한다는 소문을 듣고 왜 굳이 가는걸까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렇다고 교사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지도 않았습니다.
선생님처럼 교사가 되기 전부터 언제나 다른 삶을 꿈꿨지요.
다만 선생님과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이 드는 점은 저는 삶의 방향을 정했었다는 것입니다.
대학원에 대한 제 생각이 큰 전환점을 맞이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짧게만 말씀드릴게요.
첫째, 교사로서 지내겠다고 계획했던 5년을 다 채워 새해에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니 부모님의 반대가 거셌습니다.
둘째, 당시에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교사로 지내며 하기에는 여력도 부족하고 학생들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셋째, 교원대 파견 생활은 지도교수에 따라 극과 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넷째, 제 꿈은 괜찮아 보이지만 추상적이어서 지혜의 깊이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다섯째, 교사를 하며 공부하기에는 시간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 중에서 파견을 가기로 결정하는데 가장 크게 역할 했던 것은 세 번째 이유였습니다.
담당 교수에 따라 대학원 생활에 있어서의 자유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었죠.
수소문 끝에 진정 학자다운 교수님을 알게 되어 교육사회 전공으로 왔습니다.
사실 제가 전공하고 싶었던 분야는 교육철학이었어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제가 전공보다 우선한 것은 자유도였습니다.
결국 공부는 자신에게 달린 것이니까요.
그렇더라도 제가 아예 사회학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 전공을 택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교육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게 제 꿈이라 연결이 되었던 것이지요.
현재는 사회학과 철학을 같이 공부하고 있답니다.
여기까지가 제 짧은 답변인데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큰 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거기엔 언제나 함정이 기다리고 있지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꾸준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욕심이 만들어낸 환상에 현혹되어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저 역시도 계속 해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왜 원하는가를 고민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꾸준한 고민을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욱 즐겁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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