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를 표현하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아상블라주 2015. 3. 2. 13:00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

참 자주 듣는 말이지만 내가 그 대상자인 것은 10여년 만이다.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들과 함께 식장에 들어가려니 어색함에 웃음이 났다.

내가 웃으며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나를 맞이하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실감이 났다.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에서 배우는 사람으로.


혹시 이 말에 위화감이 들지는 않는가?


사람은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는 존재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제도에서는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역할이라 정한다.

그러기에 누구나 동시에 두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잊기 쉽다.


이 사실을 잊는 순간,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참된 배움은 사라지고 만다.

교사가 학생에게 덧셈에 대해 가르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흔히 떠오르는 모습은 실물-사과 두 알과 배 한 알을 보여주고 그것을 식으로 변환하면

2+1=3 이라고 칠판에 쓰는 것이다.

이때, 한 아이가 왜 그렇게 되냐고 묻는다고 생각해보자.

교사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를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역할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몇 가지 예를 더 들거나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 했는데도 학생이 부족해서 가르칠 수 없었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교사는 가르치고 배우는 역할이라 믿는다면 반응은 달라진다.

그 학생의 말과 표정에서 여러 신호를 포착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학생의 머리에서는 어떤 흐름으로 생각이 전개되고 있는지,

나의 언어와 그 아이의 언어는 어떤 어긋남이 있는지를 고려하며

내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바꿔야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에 대해 통찰하게 된다.


학생 역시 자신이 동시에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배우는 역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군가가 전하는 지식을 머리에 담기 급급하다.

그러나 가르치는 역할도 행하는 이는 자신의 변화를 표현하려 노력한다.

교사를 향해 질문하기고, 친구들과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작성하여 다른 이와 공유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렇게 능동적으로 서로 자극을 주고 받을 때

교육이라는 꽃이 핀다.

참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학생이라는 신분이 된 지금,

나는 내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배우는 사람이 아닌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