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즐거운 공부

20140205 P짱은 내 친구인데...

아상블라주 2014. 2. 9. 11:12

이번 아이들과는 처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P짱은 내 친구'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영화다.


귀여운 돼지와 6학년 아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학교생활에

우리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다.


함께 돼지가 살 집도 만들기도 했고, 공놀이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직접 씻기고 먹이를 주며 점점 깊은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돼지를 어떻게 할지 토론하는 모습에

아이들도 같이 심각해졌다.


선생님의 처음 의도대로 먹는 방식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야 할까?

우리 친구인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길 수도 없지 않을까?


토론하고, 토론하고, 또 토론하고.

졸업을 앞둔 날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제는 선생님이 선택해야 할 때.


여기까지만 영화를 보여주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영화 속 선생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토론을 해보자고 했다.


논제는 'P짱을 식육센터로 보내야 한다.'


토론에 앞서 의견을 물어봤더니

찬성 11명, 반대가 14명이었다.


임의로 찬반을 나눠 1:1 토론을 두 번,

2:2 토론을 한 번 진행했다.


그 후 다시 의견을 물어봤더니

찬성 6명, 반대 19명으로 크게 변하였다.


그리고 영화의 나머지를 함께 보았다.

선생님의 선택에 우는 영화 속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도 탄식이 흘렀다.


돼지와 아이들이 이별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슬퍼하며 안타까워했다.


영화가 끝나고 둥그렇게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에 대해서, 영화에 대해서.


1:1 토론은 혼자 입안과 반박을 해야 하니 힘들다는 의견과

긴박감이 있어 즐거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2:2 토론은 의지할 친구가 있어 훨씬 편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토론보다 어렵고, 재미없어 하는 아이가 몇 명 늘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는 아이가 많았고, 

우리가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못 먹는 동물로 하자는 아이도 있었다.

주변 친구들 때문에 보는데 불편함을 느꼈다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가 한 번씩 이야기하고 난 후,

내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실 선생님도 지난 방학에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선생님들과 토론을 했어.

영화를 볼 때 정말 많이 울었단다.

그럼에도 만약 선생님이 영화 속 선생님이었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사람은 살아가며 어려운 선택을 할 때가 반드시 와.

아무리 힘든 결정이라도 스스로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거야.

물론 선생님의 의견이 정답은 아니야.

단지 선생님의 생각일 뿐이지."


다행히, 오늘 점심엔 돼지고기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오겠지.

오늘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