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마음 성장하기

2013년 12월 13일 (금) 사랑하는 만큼 속을 썩인다

아상블라주 2014. 2. 9. 11:02

2013년 12월 13일 (금) 사랑하는 만큼 속을 썩인다


 2년째 함께 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사랑하는 제자가 있다. 그래서 학교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딸내미'라고 칭하기도 했다. 아직도 아이같이 순수하고 명랑하고 쾌활하며 항상 밝은 아이다. 그랬던 아이가 최근 한 달간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비롯한 누구의 충고나 조언을 자기를 싫어하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적대적인 관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몇 번 상담을 해봤지만 그리 큰 믿음을 주지도 못하고 조금의 관계 변화만 있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 아이가 오늘의 역사 수업을 계기로 마음이 많이 변했나보다. 4교시에 1980년대 민주화 과정과 현재를 비교하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의 교육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역사 수업이 끝나고 급식 먹으러 가면서부터 몇 명의 아이가 울더니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에는 한 두명을 제외한 여자애 모두가 같이 울었다. 혹시나 선생님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불안했나 보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수업시간이 되어도 몇몇 애들은 진정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행성의 신비에 푹 빠져 금방 웃음을 되찾았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두세명은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저녁이 되고 몇몇 아이들이 걱정이 담긴 글을 보내왔다. 그 중엔 그 아이도 있었다. 내가 우리반 아이들에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줬던 것이 이제야 떠올랐나보다. 요즘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오랜만에 사랑한다고 하트 모양도 보내왔다. 그 모습이 참 고맙고 기뻤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생 한 명도 이 정도 속을 썩이는데 나중에 내 자식은 오죽할까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