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에게 쪽지를 받았다.
내용만 추리면 대학원에 가고 싶은데 두 가지 전공 중 무엇을 고르면 좋을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하나는 원래 자기가 좋아하는, 학부 때와 같은 전공이고
다른 것은 교육행정이다.
하지만 전공으로 교육행정을 고려하는 이유가
'교육청쪽으로 들어가기 좋은 과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게 다음과 같은 답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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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소중한 고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답변하기 어려운 성격의 질문이라, 사실 곤란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선생님께서 고려하시면 좋을 점은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대학원은, 특히 교원대학교 계절제 대학원은 학부 수업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강도의 학업을 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오시고 나서도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제법 뵈었고, 그만두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공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그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기가 어려워 버티는 심정으로 대학원을 '다닐' 것 같습니다.
신체적으로, 시간적으로만 대학원을 들락날락 거리고 학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말이에요.
무엇보다도 선생님이 어떤 학문을 공부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 때 진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윗글이 선생님께 와닿지 않을 것 같아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립니다.
교육청에 들어가거나 대학강단에 서는 것 모두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요?
둘은 모두 어떤 '결과'를 이야기하는데, 그 전에 선생님의 마음 속 동기는 무엇인가요?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생님도, 다른 이도 조언을 하거나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글이 혹시나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염려됩니다.
선생님의 역할이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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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쪽지를 보냈더니 오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동기가 학업과는 다른 '발전된 직업, 명예'인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이 분 말고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승진도 비슷한 맥락이고.
그럴 때 옆에서 누군가가 든든히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묵묵히 걸어가는 이가 많아지면, 더이상 우리는 외롭지 않고 즐거이 노니며 걸어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