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일상의 변화

아픔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

아상블라주 2014. 9. 10. 16:45

지난 밤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저녁을 먹고난 뒤 가볍게 병원 복도를 산책했다.

걷다 보니 손발에 뜨거운 기운이 돌며 점점 붓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현상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뜨거워진 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인들의 조언처럼 푹 쉬기 위해 열 시에 몸을 뉘었지만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잠이 들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온갖 잡념이 떠돌아다녔고

그를 멈추기 위해 명상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고 몸은 지칠 줄을 몰랐다.

온몸에 열기가 가득했고 잠에 들기까지 소변을 열 차례나 봤다.


스트레스를 받아 그랬다기 보다는

몸 전체에 따스하고 강렬한 기운이 도는 느낌이었다.


두 시간 정도 잤을까.

옆 사람의 기척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가 선풍기를 켜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 몸을 뒤척였다.

그때 왼쪽 귀로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분명 왼쪽 귀로 들은 것이었다.


아, 이제 들리는구나.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소리를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 듣게 된 바람소리는 무척이나 청명했다.


아침에 청력검사를 했더니 결과가 좋았다.

예전에는 100dB도 못 들었는데 이제는 60dB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이명은 여전하고, 명료도가 떨어져 지지직 거리면서 들리지만

분명히 호전되고 있었다.


아예 청력을 잃는 최악의 경우는 피한 것이다.

너무 기뻐 곧장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께서도 어제 내 상황을 듣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이제 좀 안심했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하셨다.

그 말에 죄송하면서도 무척이나 고마웠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고마웠고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며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기쁨이 섞인 눈물이었다.


참 많은 분들에게서 힘을 받았다.

아픔을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과

앞으로 기쁨과 행복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