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를 표현하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아상블라주 2014. 9. 9. 16:56
입원 일주일 째.
상태가 호전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금껏 부모님께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완치될 경우에는 괜한 걱정만 끼쳐드리는 일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몸이 나아지지 않아 
점심에 아버지께만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사실 명절에 내려가지 못한 이유가 입원이라고 하자
아버지께서는 많이 놀라시며 당황해하셨다.
어머니께는 당분간 이야기드리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의 성격상 큰 충격을 받고 곧장 병원으로 오실 테니.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려고 노력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더욱 어려웠다.
이럴 바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차분히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2007년 어느 한 여름밤, 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그를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한 것이 지금까지 내 삶의 방향이었다.
너무나도 부족한 나이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꿈꾸며 그 방향으로 변해가도록 돕고 싶었다.

누가 들으면 허황된 꿈이라고 손가락질할까봐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고 수년 간을 지냈다.
그러면서도 한시라도 꿈을 놓고 지낸 적은 없었다.
그 시간 동안 꿈은 내 안에서 세밀하게 다듬어지고 구체화되었다. 
책과 여행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접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이제는 막연하게 먼 미래의 꿈이 아닌
가까운 날의 구체적인 모습을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당장 다음 해의 광경이 눈에 잡힐 듯이 선명해지자
너무나 기뻐 온 몸에 강렬한 기운이 돌았다.
올 하반기를 잘 지낸다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5년 정도는 앞당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일은 하늘이 도와주는 듯 순순히 잘 풀렸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모님과 화해할 수 있었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나의 꿈을 소중히 생각해주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 행사도 잘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입원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마음 편히 모든 것을 놓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 몸이 이렇게 된 까닭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차분히 나를 돌아보며 질문을 했다.
너무 멀리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큰 것만 생각하다 작고 소중한 것을 잊지는 않은가?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 꿈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인가?
내가 바라는 세상은 과연 행복한 세상인가? 
충분히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내가 살아가려는 삶이 내 역할이 맞는가?
나는 역량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가?
너무 조급해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사실 나는 아직도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당장 내 몸의 상태가 어찌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는 이 물음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이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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