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행복한 삶

우리들만의 졸업

아상블라주 2016. 2. 19. 22:05

멀리 그리운 얼굴이 보인다.

크게 이름을 부르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선생님' 하고 부른다.

활짝 벌린 내 품으로 달려와 안긴다.

'왜 이제 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눈물로 반기는 아이들을 어루만지다 보니 어느새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 - -


마지막 제자들의 졸업식.

차마 참석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날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빛날 사람은 지금 담임 선생님이다.

강당에서 식이 진행되는 동안 운동장 구석에서 학교를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강당에서 나오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지금이라도 얼른 달려가 인사하고 싶지만 담임 선생님과의 작별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조금 더 참았다.

멀리 보이는 아이들은 검정 학사모와 옷으로 한껏 멋을 낸 차림이었다.

그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이 교실로 올라가니 그제야 강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다리는 동안 반가운 학부모님들과 이미 졸업한 제자들과 안부인사를 나눴다.

3층 교실에서 작별 인사 소리가 들렸다.

끝났구나.

금방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J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절로 큰 소리로 이름이 나왔다.

J가 고개를 돌리더니 화들짝 놀랐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J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뒤에서 다른 아이가 선생님 하고 부른다.

익숙한 목소리다.

돌아보니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E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꼭 안아줬다.


멀리서 S가 '선생님, 선생님 맞아요?' 하며 달려왔다.

두 팔을 벌려 반기니 품 안에 쏙 들어와 안겼다.

안은 채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지내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이제 왔어요.'


어느새 주변에 아이들이 가득했다.

반가움의 웃음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었고,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한 명씩 따스히 안아주며 안부를 물었다.

마치 일 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리운 재회의 순간은 찰나 같다. 

옆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아이들을 보내야지.

웃으며 떠나가는 아이도 있었고, 못내 아쉬워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아이도 있었다.

제 손에 있던 꽃다발을 주며 웃기도 했다.

내가 줘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받는구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S가 '선생님!' 하며 달려왔다.

그러다가 발을 헛디뎌 철퍼덕 하고 넘어졌다.

화들짝 놀라 얼른 달려갔더니 헤 하고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 미소에 아쉬운 마음조차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던 운동장이 어느새 텅 빈 공간이 되었다.

그 모습과 반대로 내 마음은 따스함으로 가득 찼다.

언제나 내가 준 것보다 아이들에게 더욱 많이 돌려받는다.

다시 볼 날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