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떻게 앉아요?"
지난 진단평가 때 평소 앉던 자리에서
조금씩만 떨어져 앉은 것이 기억에 남았나 보다.
"지난 시험 때는 점수에 부담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답답하면
친구의 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야."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자신은
안 볼 자신이 없다며 떨어져서 앉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왜 그리도 안타깝게 들리던지.
번호 순으로 네 줄로 정렬해 앉고,
시험을 볼 때 주의사항, 약속을 간략히 이야기해줬다.
시험지가 나눠지면
10분 정도는 슥슥 연필이 지나가는 소리와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그 후부터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준비한 책을 읽는 아이,
시험지에 낙서하는 아이,
엎드려 쉬는 아이,
눈치껏 손장난을 하는 아이.
젖먹던 힘까지 다해 견뎌낸다.
아이들에게 가만히 30분 있으라는 것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돌아다니며 읽을 책을 갖다주기도 하고
눈빛으로 할 수 있는 장난도 걸었다.
그렇게 다섯 과목의 시험이 끝났다.
마지막 영어는 언제나 그렇듯이 일찍 끝나기에
다른 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책상을 옮기고
한바탕 스트레스를 풀 시간을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놀이를 고르라고
책을 던졌더니 여왕 닭싸움을 선택했다.
그래?
전투적인 놀이로 스트레스를 풀어보자는 거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전통 닭싸움도 하고
여왕 닭싸움도 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큰 소리로 응원도 하고
마음껏 스트레스를 발산했다.
폼 잡고 구석에 서 있던 J가
T에게 한 방에 나가 떨어지자
교실이 떠나갈 듯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혼자 남은 Y가
상대편을 모두 쓰러뜨리자
모두의 입에서 오! 하는 탄성이 나왔다.
마지막 여자 끼리의 전투(!)에서는
N의 날렵함이 S의 묵직함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웃고 떠드는 사이
벌써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다행히(?) 5학년 공통으로
목요일에 점수를 알려주기로 해서
당장은 점수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마음 가득 불편함을 가지고 집으로 갔다.
점수를 받고
부모님과 학원의 반응을 보기 전에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시험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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