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하면 생각나는 거요? 친구들이랑 즐겁게 지내던 거요. 그땐 마냥 행복했었는데."
"아, 짜증 나던 기억만 가득해요. 부모님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걸요?"
"절 아껴주던 선생님이 계셨어요. 제가 어려웠을 때 여러 모로 많이 도와주셨지요."
"툭하면 때리고, 욕하고. 그게 선생이야?"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께서 정말 재밌게 수업을 했어요. 그때부터 역사가 좋았어요."
"잠 잔 기억밖에 없어요. 앞에서 책만 줄줄 읽는데 얼마나 지루하던지."
마치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학생들이 학교로 가네요. 환한 얼굴로 친구에게 인사하기도 하고, 온몸으로 미처 풀리지 않은 피로를 내비치는 아이도 있어요. 당연한 일상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그들도 학교를 졸업하겠죠. 시간이 흘러 그들은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는 각자 해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죠. 학교라는 공간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우리 마음속에서 학교의 모습은 제각각인 것처럼. 어느 누구의 해석도 진실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쉽게 변하지 않는 기억이겠지요.
저는 등에 멘 책가방이 몸의 반을 가릴 만큼 자그마할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학교를 아직까지도 다니고 있답니다. 학생이란 이름으로 16년, 선생님이란 역할로 5년, 그리고 다시 학생이 됐네요. 덕분에 학교에 대한 기억의 해석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지요.
학교가 좋아서 이렇게 오래 다니냐고요? 아뇨, 오히려 반대예요. 좋은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때가 많았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참 우습죠?
이런 모순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어렸을 때부터 천천히 돌이켜보려고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러다보면 해석이 바뀔 수도 있고,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함께 기억을 새롭게 해석해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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