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상처받은 아이가 학교에게

#Prologue. 학교 주변을 맴돌던 아이, 선생님이 되다

아상블라주 2015. 11. 13. 22:59





"네가 선생님이 된다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황당하다는 듯이 저를 쳐다보더군요. 친구가 그런 표정을 지을 만했죠. 누가 봐도 학교와 저는 참 어울리지 않는 관계였으니까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던 아이. 그런 제가 선생님이 될 거라고 하니 얼마나 놀랬겠어요.


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별 거 아닌 일상의 반복 가운데에서 유독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중에는 가을 하늘처럼 맑은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흑백영화처럼 색이 칠해지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남아있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이었을까요. 학교는 저에게 그리 반가운 공간이 아니었어요. 


시간이 흘러 그렇게 학교를 싫어하던 제가 선생님이 되었어요. 초등학교 교실에서 여러 아이들과 함께 아웅다웅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그들을 보면 가끔씩 제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내가 겪은 아픔을 이 아이들도 겪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상처받은 지난날의 저 대신 그들을 꼭 껴안았어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만 학교에서 상처를 받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학교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기억하기도 싫은 기억들을 갖고 있더군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아픔을 가슴에 묻고 있겠지요. 


사실, 아직까지도 학교와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에 상처받은 아이면서 선생님이 된 모순적인 상황이 쉽게 풀리지는 않나 봐요. 예전에 저를 힘들고 답답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반복되는 학교를 보면, 앞으로도 적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하지만 아픔을 겪은 사람이기에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제 경험이 잠시라도 여러분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해요. 조금 떨리더라도 우리, 상처받은 어린 날의 자신을 만나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