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글쓰기 공책과 필기도구만 들고 도서관으로 갔다.
시간표에 '소설'이라 적어둬서
아이들은 뭘 할지 예상하는 듯 했다.
"지금부터 소설을 써볼 거예요.
이 말을 들으니 막막하죠?
어떻게 하든 좋아요.
책을 읽고 그것을 그대로 옮겨적어도 좋고요,
약간씩 변형해도 좋아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공책에 써도 돼요.
단, 여러분들이 쓴 소설은
다른 친구들이 보도록 발표회를 할 거예요."
"공포스러운 거 써도 돼요?"
"막장으로 써도 괜찮아요?"
"뭐든지 좋아요."
따로 어떻게 써야한다던가
형식을 정해주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소설을 쓸 줄 알기에.
첫 문장을 쓰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글을 쓴다는 느낌이 아니라
생각이 필기구를 통해 공책에 옮겨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 이야기는 첫 줄에서 완성이 된 것이다.
몇 명이 모여 공동작품을 쓰기도 하고,
여러 책을 뒤적거리는 아이,
친구에게 어떻게 쓸거냐고 묻는 아이,
다른 친구들이 볼 수 없도록 가리고 글을 쓰는 아이,
도서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아이 등
각자의 개성대로 활동에 참여했다.
쉬지도 않고 내내 집중해서 쓰는 아이도 있는 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한 글자도 적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첫문장만이라도 쓸 수 있도록 유도해보기도 했지만,
아직 글이 나오지 못하는 상태인데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 편히 두었다.
그랬더니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소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일 테니
마음 편히 기다려보자.
마지막 10분 정도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S의 로맨스,
K의 공포,
Y의 막장이 호평을 받았다.
소설을 쓰면서 느낀점을 이야기해보게 했더니
처음에는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가 무언가를 따로 가르치는 것보다
친구의 작품을 보며 더욱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앞으로도 몇 차례에 걸쳐 소설을 지으면서
아이들은 여러 모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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