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행복한 삶

20140220 한 번도 안 싸웠어요

아상블라주 2014. 2. 21. 15:45
어제 미처 쓰지 못한 생일축하 돌림편지를 쓰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이 원하는 활동을 해보려고 해.
뭐 하고 싶니?"
"피구요!"

일 년 동안 다양한 방식의 피구를 했다.
그게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억이었나 보다.

이제는 자기들끼리 알아서 척척 줄도 그렸다.
편을 나눠 준비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속상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세게 공을 맞아 울기도 하지만
싸우지는 않는다.
오히려 혼자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위로를 한다.

놀이를 하며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자란다.
그렇게 피구는 우리를 성장시켰다.

교실에 들어서니
H이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그러고 보니 저 2월달에 한 번도 안 싸웠어요.
멈춰 회의를 진행한 다음부터는 안 싸우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그랬구나. 우리 H이가 많이 성장했네. 기쁘다."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는데 송가를 부르는 수준이 모자라
교실로 돌아와 연습을 했다.

함께 송가를 부르는데
노랫말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지만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주겠지 
우리 그때까지 아쉽지만 기다려봐요'

내일이면 정말 마지막이다.
어떻게 이별을 준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