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마음 성장하기

20140218 너희들은 이미 훌륭하다

아상블라주 2014. 2. 18. 21:32

"어제 시험 많이 어려웠지?

한 번 너희들이 점수를 매겨볼래?"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손을 든 아이는 1/4 정도.

심지어 0점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과 너희들의 기대치가 높은 거지,

선생님이 생각하기엔 91~2점 정도야."


그럼에도 아이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너희들은 '우린 역시 안돼' 라고 생각할지 몰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2월 동안 쓴 교단일기를 조금씩 읽어주며

우리의 빛나는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아이들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며 웃음이 돌았다.


여세를 몰아

"지금 너희들의 마음을 읽어볼게." 하고

텔레파시를 하는 듯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아이들을 응시했다.


"너희들은, 지금 배가 고파."

아이들은 박장대소 했다.

어떻게 자기 마음을 알았냐며 난리였다.


그래서 음식을 준비했다며 아이들을 잔뜩 기대하게 한 후

고급 호두과자를 꺼냈다.

포장도 예뻐 아이들이 눈독을 들였다.


"지금 우리는 24명, 호두과자는 12개."

아이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너희들의 능력을 믿으렴.

선생님은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


그리고는 어제처럼 구석으로 갔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B이가 외쳤다.

자기는 호두과자를 싫어하니 안 먹겠다고.

그러자 한 아이가 먹지 않을 사람이 더 있냐고 물었더니

네댓 명이 손을 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양보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안 먹을래."

"나도 안 먹어도 괜찮아."


그렇게 한 명씩 양보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어느새 12명의 손이 하늘을 향했다.

그 광경은 정말 경이로웠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 해결했어요!" 하고 외쳤다.

시작한 지 겨우 5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나는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며 교실 앞으로 갔다.


"역시 너희들은 대단하다.

너희들을 만나 정말 행복해."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이들도 눈물을 훔쳤다.


양보하겠다고 한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호두과자를 먹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봤다.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어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못 들은 척 나는 다시 구석으로 갔다.


"난 양보할래."

"나는 원래 생수 싫어해."

"며칠만 참으면 되는 걸."


물을 받지 않아도 좋다는 아이들이 우르르 일어섰다.

오히려 물이 남는 상황이 됐다.


이젠 오히려 서로 양보하는 것을 양보하라며 난리였다.

이상한 설득이 이어지고 결국 물병과 아이들의 숫자를 맞춰졌다.


5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상황.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이게 너희들의 모습이다.

너희들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