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행복한 삶

2013년 12월 09일 (월) 존경, 아름답고도 무거운 말

아상블라주 2014. 2. 9. 10:59

2013년 12월 09일 (월) 존경, 아름답고도 무거운 말


요즘 사정상 출퇴근 때마다 D를 태우고 다닌다. 오늘도 함께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D가

"전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라고 낯뜨거운 고백을 한다.

나는 기분이 좋았지만 태연한 척 물어보았다.

"왜 좋은데?"

그러자 돌아온 대답.

"선생님은 안 때리시잖아요."

에구. 난 또 뭐라고.

허탈한 마음에

"우리나라에 때리지 않는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데."

라며 핀잔을 줬다.

그 때 문득 '이 아이는 나를 좋아해주는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D에게는 칭찬보다는 꾸중을 많이 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D는 선생님을 그렇게 생각해주는데 선생님은 D에게 못해주는 거 같아서 정말 미안해."

그 말에 D는 오히려 아니라면서 다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4학년 때의 이야기를 하고 그때도 좋았다고 했다. 그때도 때리지 않는 착한 선생님이셨다면서. 그 단순한 기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선생님은 지혜로우세요."

"왜?"

"화나면 때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시잖아요. 말로 하거나 잘 참으시니까요"

그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D는 항상 무서운 집에서 있어야 했으니. 그 아이의 상황을 생각하면 내가 더 사랑을 줘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이어진 D의 말.

"저는 선생님을 존경해요."

존경... 내가 이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살면서 존경한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선생님이 그에 맞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

정말 무거운 말을 들었다. 내 삶이 저 말을 들을 가치가 있으려면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할까. 오늘도 아이가 나를 가르친다. 격려한다. 너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그래도 더 노력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