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차> 반드시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한 번 잠을 깼더니 눈이 말똥말똥했다.
아직까지 Jimmy는 자는 것 같았다.
그가 일어나기까지 지금껏 미뤄두었던 덴마크 여행기를 두 편이나 썼다.
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다.
그가 차려준 아침 겸 점심은 라면이었다.
해외에서 끓인 라면을 먹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 감격인데 푸짐한 고명까지!
어느새 내 그릇엔 국물 한 방울 남지 않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그가 노르웨이의 교육에 대해 재밌는 일화를 이야기해줬다.
언론을 통해 노르웨이가 전 세계적으로 영어 실력이 가장 좋다며 자랑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언어 계통이고 영국과 가까우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을 자랑하니 우습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교육에서 경쟁도 자극도 너무 없어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두고 내적 동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부러운 점이라고 꼽았다.
오전 11:56 Map
드디어 Oslo 시내를 둘러보러 출발!
버스를 타러 가는 중에 그가 핵심 노선은 24시간 운행한다고 귀뜸해 줬다.
오후 12:49 Map
이왕 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세금도 물었다.
차를 구입할 때 관세가 100% 붙는다고 했다.
일반적인 물품은 25% 세금이 더해지지만 식료품 등은 15% 정도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전공서적에는 세금이 없다고.
물가는 스위스가 가장 높지만 교통과 여행(숙박, 관람비 등)에서는 노르웨이가 최고라고 한다.
오후 1:07 Map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시청이다.
시청이라고만 하면 아무 느낌이 들지 않지만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이라고 하면 전혀 달라진다.
시청 앞 광장은 바다와 접해 있는데 해안에는 배가 가득했다.
옛 돛대를 단 배도 있었는데 해적기까지 달고 관광객을 꼬드긴다.
Astrup Fearnley Museum of Modern Art라는 멋진 미술관을 봤지만 좋은 전망을 찾다가 사진 찍을 기회를 놓쳐버렸다.
역시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Oslo에서 가장 비싼 동네라고 한다.
집 앞에 개인 배를 정박할 수 있다니.
이 주변의 건물은 모두 디자인이 괜찮았다.
지나가며 새가 너무 웃겨 한 장 찰칵.
세상에나.
이것이 왕궁이란다.
소박한 노르웨이 왕족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곳에도 근위병이 있지만 다른 나라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관광객에게 말도 걸고 함께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친다.
Jimmy가 이게 어제 말한 노르웨이의 헐렁한 문화라며 웃었다.
심지어 츄리닝을 입고 입사 면접을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오후 1:57 Map
시내 곳곳에는 정원과 조각상들이 즐비하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많아 그런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관광지라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지은 오페라 하우스다.
건물과 통로가 온통 대리석이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Oslo를 살펴볼 수 있지만 그리 높지 않아 전망이 좋지는 않다.
새로운 빌딩이 몰려있는 지역을 볼 수 있었다.
트램을 타고 Frogner Park로 이동했다.
Gustav Vigeland라는 조각가의 작품을 모아놓은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각공원이다.
사진을 올리긴 하지만 가까이서 보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
(물론 내 사진 솜씨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사진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조각상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눈빛과 표정이 살아있기 때문에 한 번에 피사체를 많이 담은 사진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는 조각.
사람 손을 너무 많이 타서 한 쪽 손이 벗겨졌다.
다음으로 구도심과 스키 점프대 중에 어디를 가고 싶냐는 질문에 얼른 구도심이라고 대답했다.
중앙역 동쪽부터는 구도심이다.
관광지는 대부분 중앙과 서쪽에 몰려 있는 반면, 구도심은 이민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때문에 이쪽으로 가면 전혀 다른 Oslo를 확인할 수 있다.
물가도 다르고, 풍습도 다르고, 직종도 다르다.
자기 민족 고유의 전통 복장을 갖춘 사람을 보는 일이 허다하다.
이 건물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오른편 이상한 담장 뒤 노란 건물이 감옥이다.
주택가와 담장 하나를 두고 있다.
바로 앞은 놀이터이고.
노르웨이에서는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 말은 곧 혐오시설이란 단어도 없다는 뜻이겠지.
오후 4:43 Map
그 누가 이것을 감옥 담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날 Oslo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한산했다.
날씨도 한 몫 했을 테다.
가장 활기찬 모습의 공원이다.
한 쪽에서는 춤 동호회에서 나온 것 같았다.
저런 사람은 매우 흔치 않다고 Jimmy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연히 이 사진도 시내에서 찍은 것이다.
건너편이 가장 인기가 좋은 술집이자 나이트라고.
하하. 도저히 내 상식과는 맞지가 않다.
6시간 정도 만에 Oslo의 왠만한 곳을 다 둘러본 것 같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의 관광도 나름의 재미가 있구나.
돌아가는 길에 Jimmy의 집 앞의, 하지만 웬만한 곳보다 훌륭한 공원에서 추억을 하나 남겼다.
가이드 이상의 노력을 해준 그에게 박수를.
저녁식사를 하려는데 Jimmy가 갑자기 시내로 가야겠다고 했다.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느라 도착할 지가 불투명했던 카우치서퍼가 도착했단다.
한참 후에 둘이 함께 돌아왔다.
Jophia는 폴란드인인데 10년 전, 어린 나이 때부터 카우치서핑(정확히 이야기하면 그 전에 그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고 했다)으로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는 경험이 풍부하다.
여행하다 돈이 떨어지면 그곳에서 일하고 다시 여행하고, 천막쳐서 야영하고, 히치하이킹도 하고.
여행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왜 그리 세상을 두려워하며 살았나 싶다.
세상이, 스스로 만든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가능성을 쥔 것은 바로 나다.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