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상블라주 2015. 4. 20. 23:02

지난 토요일,

글 하나를 게시한 후 줄곧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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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부치는 편지


눈부시게 따스한 봄날이 깊은 바다에는 도착할까요.


오늘도 내일도 많은 이들이 잊지 않았음을 

서로와, 다른 누군가에게 상기시켜주기 위해

거리로 광장으로 나서겠지요.


저는 하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으려고 합니다.

슬픔과 분노 이후의 세상을 상상하는 이도 있어야겠다는 핑계를 대면서요.

미안해요.

함께 울어주고 참여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요.


아무쪼록 다들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함께 함박웃음 지으며 신명나게 춤추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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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것마저도 원문이 아니다. 

비겁함으로 가득한 문장 하나는 통으로 고쳐 썼기 때문이다.


과연 연구실에 남겠다는 선택은

아는 바를 실천하는 것보다 나았나?

비굴한 변명이요, 교묘한 자기 합리화는 아니었나?


나는 이 시대의 아픔 앞에서

떳떳하게 살고 있는가. 

나는 내 아이의 맑은 눈망울 앞에서

자신 있게 웃을 수 있는가.


오늘도 바다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