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부모의 마음

성적과 함께 보낸 학부모 편지

아상블라주 2014. 5. 25. 20:13

  언제나 아이를 사랑하시는 학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짧은 봄이 지나고 벌써 여름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 건강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틀 전 1학기 중간평가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긴장된 날이었을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그 중에 가장 긴장하는 사람은 아이겠죠. 그 긴장 속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평가 결과에 부모님이 만족하지 않을까 걱정, 또 걱정이더군요.

  사실 지금의 평가 방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아이의 능력 향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우리 반에서 수업은 개인적인 학습보다 집단별로 하는데 무게를 두고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첫째는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잘 하는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깊은 이해를 하고 부족한 친구는 또래에게 배움으로써, 그리고 자신이 집단에 기여하고 있다는 경험을 해봄으로써 자존감과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수업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어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지금껏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적어서입니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와 협력하는 것보다는 경쟁하는 경험이 많아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하고,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집단에 기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수업 방식에 적응한 친구는 현재 처음보다 집단성이 무척 향상된 상태이며 학습 결과도 좋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직 익숙치 않은 친구는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될 정도로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행복한 삶을 위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고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지금 아이가 가장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부모님입니다. 평가 결과를 떠나서 아이가 노력한 것과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중압감을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신다면, 아이는 더 나은 모습으로 자람으로써 부모님께 보답할 것입니다.

  아마 저보다도 부모님께서 아이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의 긴 인생에서 1년이란 기간은 참 짧지만 그 동안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우고자 합니다. 부모님의 많은 사랑 덕분에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어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


2014년 05월 22일

담임 지항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