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를 표현하다

요란한 빈수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상블라주 2014. 12. 15. 21:08

장면 1.

4학년 동료 선생님께서 

자신이 맡은 아이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 주셨다.

반 아이들과 인생그래프 그리기 활동을 하는데

한 아이가 자신은 5학년이 되면 무척 행복할 거라 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5학년이 되면 내 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내가 2년째 5학년을 맡아서 그렇게 생각한 듯 했다.)


장면 2.

최근 목포교육모임을 재정비하면서

몇 분의 선생님께서 새롭게 합류하였다.

알고보니 그 중 한 분은 예전부터 블로그 등을 통해 

꾸준히 내 글을 접하셨다고 했다.

그를 통해 많이 느끼고 교실에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하셨다.


장면 3.

한 동료 선생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다음 해에 교원대로 파견을 가니

자신들도 서운하지만 그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께서 더할 거라 하셨다.


최근에 겪은 일 중 몇 가지를 적어 보았다.

사실 이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욱 글을 쓰기가 두려워진다.


한 해 동안 제법 많은 글을 쓰고, 온라인에 올렸다.

그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나와는 달리

어느새 참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된 것만 같았다.


나는 앞과 같은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인가.

나는 내가 쓰고 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얕은 지식과 생각으로 가득 채워진 글과 말,

그것과도 다른 나의 모습에

내 자신이 더욱 초라해 보인다.

요 며칠간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나는 훌륭한 선생님이 아니다.

나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렇다고 자책하며 나를 낮출 필요도 없다.

누군가가 실제 내 모습보다

나를 좋게 평가한다면 부끄럽지만 받아들이되

자신의 본모습을 놓치지 말자.

다만 나는,

내가 공부하고 깨닫는 대로 살아가려 노력하면 될 뿐이다.


조금 더 무겁게, 조금 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