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일상의 변화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아상블라주 2014. 9. 24. 21:51

나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무척이나 야박하다.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에게 유난히 그렇다.

그런 나에게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아낌 없이 칭찬하고 싶은 날이 있다.


퇴원 후 지금까지 정신 없이 바빴다.

긴 시간 집과 일터를 비웠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대부분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금방 적응하여 

반 분위기는 예전보다 좋아졌으며

새로운 수업 방식도 순조롭게 정착되었다.

학교를 비운 동안 밀린 업무 중 급한 것은 

오늘로 모두 처리했다.

심지어 학교교육설명회 동영상을 하루 만에 제작하기도 했다. 

때문에 어제는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말이다. 


일을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그 정도로는 엄격한 내 기준을 넘기에는 부족하다. 


기특한 점은 그 바쁜 와중에도

사람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금요일에 퇴원하자마자 동료교사들과 함께 영광으로 모꼬지를 가고

주말 동안 IDEC 에서 사귄 동생들과 1박2일 일정으로 대전을 여행했으며

월요일에는 목포교육모임 동생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어제는 이번 달 초, 옆 반에 신규로 발령받은 선생님과 한 시간 동안 상담을 하였다. 


화룡점정은 오후에 진행한 강의였다.

강사들이 입을 모아 강의하기 어렵다 말하는 대상은

단위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이다. 

한창 바쁜데 내가 왜 여기 있나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앞을 보고 있는 사람 앞에서 강의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답답하다. 

그런데 오늘 강의는 내가 진행했던 학교단위 연수 중 최고였다. 

잠시 얼굴을 비추기 위해 들린 교감 선생님조차  퇴근 시간까지 남아 계셨다. 

세 시간 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웃다 울며 이야기를 나눴다.

5시가 약간 넘었음에도 선생님들은 만족해하는 얼굴이었다. 

다른 이에게 기운을 나눠줄 수 있는 즐거움이란. 

건강이 걱정되어 강의를 미룰까도 했었는데

멀리까지 간 보람이 충분했다.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했다는 점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요가를 하거나 산책을 하고

매일 세 끼니씩 양질의 식사를 하였다. 

사는 것이 항상 행복할 수 없지만

바쁜 가운데서도 항상 여유를 잃지 않고

소소한 것에 감사해 했다. 


여전히 귀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고

피로하면 두통이 생기지만

발병 전에 비해 온 몸에 기운이 넘치고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자주 찾는다. 


내기 행복해지니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행복하니 예전보다 더 많이 웃고

여유가 있어 더욱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니

모두가 함께 행복해진다.


이 선순환의 반복에 경탄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칭찬하는 것이다.


한 단계 성장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며 함평에 들러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그것도 특(!)으로.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보잘 것 없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물이었다.

큰 그릇에 가득 담긴 밥을 바닥까지 깨끗해지도록 먹었다.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해할 수 있게된 것이

모두 하늘이 내려준 병 덕분인 것만 같아

자그마한 일에도 감사하게 됐다.


지금껏 가끔 있던 칭찬의 날.

이제는 자주 나를 아껴주려 한다.

엄한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려 한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나와 남도 함께 행복해지니.


매일마다 조금씩 더.